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사면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발(發)로 숙제가 떨어진 셈이다.
김태우 전 청장은 201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으로 문재인 정부의 비위 의혹을 폭로했다. 김 전 청장의 폭로로 시작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유죄를 받았고, 조국 전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도 유죄로 판명됐다.
김 전 청장은 이를 뭉뚱그려 공익신고라고 주장했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사안이 좀 다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은 총 16개 항목이다. 애초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조국 감찰 무마 의혹 등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그리고 기소 대상이 된 항목은 5개다. 우윤균 전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 특감반 첩보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KT&G 동향보고 유출 관련 감찰 자료 등이다. 이 중 KT&G 동향보고 유출 관련 건을 빼고 4개 혐의를 법원은 유죄로 봤다. 금고형 이상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 전 청장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된 것은 지난 5월 18일이다. 그리고 청장 직을 상실했다. 그런데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오는 8.15 특별사면 대상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대법 판결 3개월만에 사면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심지어 오는 10월 김 전 청장의 직 상실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국민의힘은 유죄 받은 인사를 되살려 출마시키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원한 일일 수 있겠지만, 국민의힘이 원한 것은 아니다. 딜레마다.
여기 김 전 청장이 '공익 신고'를 했다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는 서사가 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김 전 청장이 공익 신고한 부분은 검찰 기소 과정에서 사실상 참작됐다. 사회가 그의 공익 신고로 얻은 '이익'과 별도로 다른 폭로 과정에서의 위법성이 인정된 것이다. 그런 김 전 청장을 사면한 것은 '대법원 판결 불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조국의 비리를 폭로해 억울한 옥살이를 당한 사람'을 내세워 선거 프레임을 다시 '조국 사태'나 '문재인 정부 심판'으로 가져갈 수도 있겠다. 민주당이 밀고 있는 '여당 심판론'에 '전정부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겠다. 물론 이런 프레임이 집권 1년 6개월 된 여당에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든 아니든 검찰이 기소하고, 윤석열 정부 하에서 공소 유지 했으며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단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보수 정부'의 '대법원 불복'도 영 어색하다.
둘째, 10월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김 전 청장 본인이다. 그 장본인을 형 확정 3개월도 안돼 사면한 것은 '책임 정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당규 39조(재보궐선거 특례)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 의결을 거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설마, 보궐선거 빌미를 제공한 것은 '대법원'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도 저도 논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매우 어렵다.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서울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야당에서도 '이전투구'의 조짐이 보이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참신한 인물'을 내보내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한 '새로운당'은 구체적인 후보 이름까지 거론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정당을 꿈꾸는 이들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내세우기 좋은 무대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를 공천하느냐, 마느냐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 불복'이라는 고약한 프레임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김 전 청장 '무소속 출마설'까지 나오지만 이건 '꼼수'로 공격당하기 좋은 소재다.
김 전 청장이 사면된다는 것은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즉 국민의힘이 주도해야 할 공직자 후보 추천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고유의 결단으로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앞에 두 가지 길이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 불복'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던진 무언의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내년 수도권 승리를 위해 보궐선거에서 '참신한 모습'을 보여야 할까. 이런 숙제를 던져 준 사람이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물론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김 전 청장 사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딜레마'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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