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전 페미니즘 관련 SNS 게시물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여성 직원을 해고한 게임제작사 '프로젝트문'이 정부가 자금을 대는 한국모태펀드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시민의 세금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데 활용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청년유니온은 경기콘텐츠진흥원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프로젝트문사가 정부가 자금을 대는 한국벤처투자의 한국모태펀드, '데브-KDBC(한국산업은행) 문화투자조합'을 통해 20억의 투자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노동자이자 당당한 납세자인 경기청년유니온과 그 조합원은 이런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9일 밝혔다.
경기청년유니온은 당초 지난달 31일 경기콘텐츠진흥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면서 '부당해고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경기도 공적자금 투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2021년 프로젝트문 측에 20억 원 규모의 재무투자를 진행한 데브시스터즈벤처스가 경기콘텐츠진흥원 '넥시드 펀드'의 운용사이자 무한책임투자사였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 2017년 30억 원 규모의 세금을 출자해 해당 펀드를 조성했다. (관련기사 ☞ 게임사 '페미니스트 부당해고', 경기도에 책임 묻는 이유)
다만 유경현 경기도의원이 당시 의원 질의를 통해 확인한 결과 "경기도 세금이 들어간 공적 자금이 프로젝트문에 직접적으로 투자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대신 '경기도가 아닌 중앙정부의 공적자금이 해당 기업에 투자됐다'는 사실이 정보공개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이날 이종찬 경기청년유니온 위원장이 공개한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정보공개청구 답변자료를 보면, 진흥원 측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출자자로 참여하는 넥시드 3호 데브청년창업투자 펀드에서는 해당 기업(프로젝트문)에 투자한 사실이 없음"이라며 "프로젝트문 사에 대한 투자는 2021년 데브시스터즈벤처스의 자체 운용 펀드인 '데브-KDBC(한국산업은행) 문화투자조합'에서 진행된 건"이라고 밝혔다.
'데브-KDBC문화투자조합'은 데브시스터즈벤처스와 산은캐피탈이 지난 2018년 한국모태펀드 2차정시 출자사업 문화계정 부문 게임 분야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며 공동 결성한 한국모태펀드다. 한국모태펀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지난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기관이 모태조합에 대한 투자재원을 공급한다. 투자의사 결정은 전문기관인 한국투자벤처가 담당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이 같은 정보공개 답변자료를 공개하며 "한국모태펀드의 투자재원은 정부가 공급한다"라며 "정부 자금이 사상검증 부당해고를 천명한 기업에 투자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청년유니온은 지난 3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의 자금이 프로젝트문에 직접 투자되지 않았더라도) 경기도의 세금이 악덕기업에 투자한 투자사에 경기도의 콘텐츠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상징성을 부여하였다면, 이 역시 세금이 정당하게 사용됐다고는 할 수 없다"라며 "투자사가 투자 기업을 잘못 골랐다는 책임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업에 대한 투자가 '공공'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돼 있다면, 그 기업이 저지르는 부당행위에도 공공의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가 한국산업은행 등이 관계된 공적 투자 사실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노조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투자 재원을 정부가 공급하는 한국모태펀드를 통한 투자는 실정법(근로기준법) 위반 시 제재 및 지원금 반환 의무를 지는 지원금 사업과 유사하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기업에 엄청난 자금 및 상징자본적 수혜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지원금 사업과는 다르게 법 위반 시 투자금 회수 등의 조항이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더 큰 이익에 더 작은 사회적 책임은 그 누구도 공정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한국산업은행, 산은캐피탈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펀드의 투자를 받는 피투자자(프로젝트문)가 헌법과 실정법을 준수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일부 남성이용자들의 요구를 근거로 여성 직원을 해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게임사 프로젝트문에 대해서는 "부당한, 창조된 '남혐주의자' 논란과 그에 이어진 사상검증으로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의 명예와 권리 회복에 최선을 다하라"라며 "이를 이행할 수 없다면, 세금으로 지원받은 투자액을 반납하라. 세금에 매칭되어 추가로 투자된 민간 자금 역시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프로젝트문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 데브시스터즈벤처스와 한국벤처투자에 대해서도 "귀 사가 운용하는 펀드는 공적자금으로 조성되었고, 우리 시민이 출자자"라며 "투자시장의 대세가 된 ESG를 위반한 '프로젝트 문'사에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제가 된 게임사 프로젝트문의 '부당해고' 사건은 지난 2016년 '김자연 성우 하차 사태'로 부터 이어져 온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의 연장선 상에 있다.
앞서 모바일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제작사 '프로젝트문'은 지난달 25일 김지훈 총괄디렉터(대표) 명의의 공지를 통해 "논란이 된 직원분과 계약은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여성이 비키니 안 입어서'? 게임업계 또다시 '페미니즘 검증' 논란)
당시 해당 게임의 남성 유저들 사이에선 '게임 내 여성캐릭터의 노출이 적다'는 등 이유로 게임사 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시작됐는데, 이에 입사 전 개인 SNS로 불법촬영 규탄시위 등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던 직원 A 씨가 이들의 표적이 됐다.
이후 이용자들은 게임 리뷰 점수에 1점을 주는 방식의 별점테러를 진행했고, 일부 이용자들은 25일 당일 프로젝트문 본사를 직접 찾아가 대표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해고 공지는 남성이용자들의 이 같은 공격이 이어진 지 반나절 만인 25일 밤에 이뤄졌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김자연 사태' 이후 최소 14명의 여성 노동자가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휘말려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이 같은 사상검증 피해가 이어지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0년 "사상 및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여성 작가 배제 관행은 여성혐오이자 차별"이라는 취지의 결정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