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브랜드(Sustainable Brands : SB)는 P&G, 네슬레, 존슨&존슨, 펩시, HP, 비자, 마스터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함께 모여 ESG와 브랜드 마케팅 통합을 위한 솔루션을 공유하는 '브랜드 포 굿(Brands for Good : Bf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BfG 프로젝트에서는 글로벌 소비자 사회문화 트렌드 조사(Socio-Cultural Trend Tracker)를 실시하는데 최근 조사 결과 급상승한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참여한 미국 소비자의 66%와 미국 청년(18~34세)의 80%가 지속가능한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최근 수행한 구글 트렌드 분석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한 관심이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즉 경제적,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줄이려는 소비자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22년 SB 소비자 사회문화 트렌드 조사 결과를 보면 78%에 달하는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지속가능한 가치에 부합하는 기업을 지원하고는 싶지만 환경 친화적인 기업을 식별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 열망이 높아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자 문화와 행동은 큰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소비문화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기업이 관련 제품, 서비스와 시스템을 적절히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러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는 기업에게는 무한한 시장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소비자는 기업에게 지속가능성과 ESG를 내세우는 제품, 서비스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SB의 조사 결과 소비자의 50%는 기업의 ESG 관련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제품에 대한 보다 명확한 설명이 중요하다고 답했고 46%는 제3자의 독립적 정보 확인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보다 지속가능한 제품을 구매한다고 밝힌 사람 중 72%는 라벨 또는 타사 인증을 통해 회사 또는 제품의 지속가능성 강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리딩 기업의 경영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자의 충족되지 않은 '욕망과 의도'가 '실질적 소비문화'로 더 빨리 더 크게 전환되고 실천(Action)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해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 소비 시장의 빗장을 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보고와 공시, 기업 실사 대응 등 ESG 컴플라이언스 관리 수준을 넘어 소비자의 욕구와 의지를 충족한다는 기업의 본래 목적에 다시 집중해야 할 때다. 과거 성능과 품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지난 100년간 성장과 풍요를 누렸듯 지금은 소비자가 열망하는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통해 더 크고 윤리적 소비문화를 가속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시장을 리딩하고 정부와 시민사회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순환경제, 공유경제 등 자본 시장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까지 추구해야 할 것이다. 코엔 비코옌 스커츠니아즈 SB CEO는 바로 이러한 접근이 지속가능한 미래 시장 창출과 그 속에서 영속하는 선도 기업의 지속가능 전략의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고 강조한다.
코엔 비코옌 스커츠니아즈 지속가능브랜드(SB) 창립자 겸 CEO 대담
글로벌 ESG 전문가이자 사상가인 코엔 비코옌 스커츠니아즈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의미와 미래 시장을 창출하는 비즈니스의 지속가능 발전 방향을 짚어 보았다. SB는 80여 개 글로벌 브랜드가 함께하는 지속가능성과 ESG 분야 세계 최대 커뮤니티로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 디트로이트 등에서 매년 1500명 이상이 참가하는 국가적 플래그십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일본, 스페인, 터키, 한국을 포함한 8개국 사무국을 통해 SB 글로벌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 SB는 어떤 조직인가
"SB는 환경 및 사회적 목적을 비즈니스 성장 및 가치 창출의 동인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 세계 체인지 메이커들이 모인 글로벌 커뮤니티다. SB의 목표는 전 세계가 생태계 유한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 부정적인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인 비즈니스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소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지 않고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을 원하는 소비자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SB는 지속가능성 관련 테크놀로지, 포장, 원재료와 공급망 전문가에서부터 브랜드 전략, 마케팅 및 혁신 분야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환경 사회 부문에서 선도적이고 탄력적인 기업과 브랜드들이 지속가능한 미래 시장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다양한 SB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
SB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한 공통의 언어를 활용하고 시장의 잠재성을 공유함으로써 투자자는 물론 고객, 협력회사 및 지역사회를 위해 더 좋은 브랜드를 개발하고 시장 진출을 도우며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오프라인 콘퍼런스는 물론 홈페이지, SB 회원 지식 라이브러리와 기업 회원 브랜드 허브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회원 브랜드가 의무적으로 수행하는 ESG 자체 성과 측정 및 벤치마크 툴(Brand Transformation Roadmap)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지속가능한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고 공유하는 브랜드 포 굿(Brands for Good) 등의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 지속가능성과 ESG라는 용어가 전 세계적으로 기업, 브랜드와 개인 생활에서도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업과 대중의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한 이해는 어느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속가능성이란 우리의 행동이 지구상의 생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스템적 사고를 존중하는 개념이며 SB도 이러한 종합적이고 시스템적 사고를 확산하기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자연 세계와 환경 시스템이 지금처럼 보호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하나의 종으로서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데는 대중과 기업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ESG라는 용어의 확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무수히 많은 이슈들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도하고 불합리한 소비, 불평등의 만연과 기업의 노동 착취, 사회 종교적 갈등, 문화적 다양성 감소와 같은 사회적 문화적 경향성, 에너지와 자원에 의해 촉발되는 작금의 영토 분쟁과 전쟁 상황은 모두 우리를 '지속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SB는 이러한 다양한 이슈를 더 적극적으로 대중에 알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노력하는 데 기업과 브랜드가 긍정적이고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지속가능성과 ESG를 담론 수준을 넘어 기업이 실제 실천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노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 선언과 약속이다. 기업은 자사의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의 범위를 살펴보고 이를 정량화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모범 사례를 파악해 실천하는 한편 더 나아가 긍정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련한 우수 사례로 유니레버를 들고 싶다. 유니레버에 따르면 핵심 사업 목적에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한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 대비 2배의 성장률을 달성했으며 전체 회사 성장의 절반 가량을 담당했다. 해당 브랜드는 유니레버 지속가능 리빙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큰 축이 되었다.
또한 브라질 최고의 화장품 브랜드인 나투라(Natura)는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의 방식을 이해하고 행동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한다. 브라질 열대우림에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는 재료를 사용하고 현지 원주민의 경제적 역량 강화를 지원하며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더 나은 길임을 소비자에게 상기시킨다는 나투라의 브랜드 약속은 다양한 면에서 모범적인 사례다.
이 외에 기업과 브랜드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분야는 종종 자사가 속한 사업 부문을 벗어난 외부 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양한 산업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SB가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기존에 환경 사회적으로 유해하다고 인식되던 브랜드가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예를 들면 코카콜라는 차와 생수 같은 제품도 출시하고 있는데 이런 전략이 지속가능한 브랜드로의 변신을 위한 것일까?
"인간의 수명은 전 세계 많은 곳에 코카콜라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에 걸쳐 엄청나게 연장되어 왔다. 문제는 제품을 과다 소비하는 데 있다. 코카콜라는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사 제품의 지속적인 과소비를 장려하거나 허용하는 것이 소비자, 브랜드 및 비즈니스에 미치는 위험을 인식하고 제품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는 더 절제되고 윤리적인 소비문화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고객과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소비문화 변화를 이해하고 자사의 포트폴리오를 소비자, 지역사회 그리고 지구를 위해 더 건강한 제품 및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선도적 기업과 브랜드들은 이것이 단순히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 개선 차원을 뛰어넘는 훨씬 더 중요한 미래 사업 전략 및 혁신의 문제이며 현명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방향성임을 인지하고 있다."
- SB와 함께한 코카콜라, 리바이스, 파타고니아, HP 같은 기업들은 노동자에게 더 나은 처우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SG 중 사회 부문 이슈에 대해 전할 말이 있다면?
"노동 인권 등 근로자에 대한 이슈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가 매우 광범위하게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는 공급망 기업 실사법 등 규제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이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섬유 및 전자 산업에서는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라는 압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보석 및 IT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원료가 되는 분쟁 광물의 이슈가 점점 더 많이 부각되며 대중의 관심이 증가해 관련 업계에서는 공급망 실사 강화 등 시스템의 혁신도 이루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한국 기업들도 노동 인권 등 기업 실사 규제와 이에 따른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쟁력 강화 전략이라기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업의 생존이 달린 지속가능성 이슈라고 할 수 있다."
-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제조와 소유 위주에서 공유와 서비스 위주의 산업 사회로 전환되는 혁명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가
"공유와 서비스 산업 사회로의 전환은 경제성장과 환경오염을 분리할 수 있는 최적의 해결 방안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소유에서 공유로의 소비 전환을 통해 순환경제를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순환경제, 요람에서 요람까지의 디자인과 협업, 공유 가능한 소비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많은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실천되고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공유해 지속가능성과 ESG 성과가 낮은 제품과 서비스를 다른 대안적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 및 기업가를 상호 연결하는 것이 SB가 존재하는 주요 목적이기도 하다."
* 위 칼럼은 최고 경영자를 위한 경영정보 지식 충전소 <CHIEF EXECUTIVE>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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