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가 여성 중심 영화는 흥행에 한계가 있다는 할리우드의 고정관념을 깨고 개봉 17일 만에 10억달러(약 1조3040억원)를 벌어들였다. 바비를 연출한 그레타 거윅(40) 감독은 여성 단독 감독 처음으로 '10억달러 클럽'에 합류하게 됐다.
<AP> 통신, <뉴욕타임스>(NYT)는 배급사 워너브라더스가 6일(현지시각) 바비가 이번 주말 북미에서 5300만달러(691억원), 다른 지역에서 7400만달러(965억원)을 추가로 벌어들여 개봉 이후 전세계 총매출 10억3천만달러(1조3436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 영화 역사상 10억달러 넘게 매출을 올린 영화는 53편 뿐이다.
워너의 북미 배급 사장인 제프 골드스타인은 회사 역사상 이렇게 빠른 시간에 많은 표가 판매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워너에서 바비 이전에 가장 빨리 10억달러를 벌어들인 영화는 개봉 19일 만에 10억달러를 달성한 2011년 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다.
이에 따라 바비를 단독 연출한 그레타 거윅 감독은 '10억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여성 단독 감독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이 클럽에 이름을 올린 단독 감독은 28명에 불과하고 모두 남성이다. 여성 공동 연출의 경우 2019년 개봉한 영화 <캡틴 마블>(11억달러)을 공동 연출한 애너 보든 감독, 각 2013년, 2019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13억달러), <겨울왕국 2>(14억5000만달러)를 공동 연출한 제니퍼 리 감독 등이 10억달러 이상을 벌어 들였다.
<뉴욕타임스>는 "바비가 여성이 만들고 여성이 주연을 맡고 여성을 겨냥해 만든 소위 '소녀' 영화는 대중에 호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할리우드의 완고한 신화가 틀렸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영화 업계엔 여성들은 '남성' 영화를 보러 가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없다는 오랜 격언이 내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워너브라더스 일부 경영진들조차 거윅 감독에게 1억4500만달러(1891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투자해 여성 취향 '핑크빛' 영화를 만드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할리우드에선 통상 영화가 이 정도 성공을 거두면 속편 계획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바비의 경우 거윅 감독 및 주연 마고 로비에 대한 속편 촬영 조항 없이 계약이 체결됐다.
매체는 매년 할리우드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하는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연구소장 애너 크리스티나 라몬이 "여성 중심 영화는 저평가돼 왔는데 이는 영화사 고위직에 여성이 너무 적기 때문이 크다"며 "그 직책에 있는 남성들은 이전에 (여성 중심 영화가) 잘 안 됐으니 위험을 감수하지 말자는 식의 과거 경험과 고정관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여성 영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 탓에 중단됐던 바비 영화 제작을 살려낸 것은 영화계의 여성 고위직들이었다. 미 대중문화 매체 <벌처>는 2009년 시작됐지만 2014년 한 번 엎어지고 사실상 중단됐던 바비 프로젝트가 바비 인형 제작사 마텔의 영화 부문 총괄 프로듀서로 2018년 부임한 로비 브레너 덕에 기사회생했다고 설명했다.
워너브라더스의 제작 및 개발 부문 사장으로 일했던 코트니 발렌티 또한 일찌감치 바비의 문화적 잠재력을 보고 거윅 감독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설명했다. 라몬 소장은 "이것이 할리우드에서 힘 있는 자리에 왜 더 많은 여성이 필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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