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추진 과정에서 스카우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 정부와 조직위가 주도해온 점이 초기 혼란의 주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의 한 지역 책임자로 일해온 60대 초반의 스카우트인(人) A씨는 7일 잼버리 현장에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자청해 “정부와 조직위가 스카우트 대원들과 소통을 하지 않고 현실적인 건의조차 묵살한 채 ‘예산 타령’만 하면서 일방통행을 해왔다”며 “이런 점 등이 초기 혼란을 자초한 주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0년 동안 스카우트 활동을 해왔다는 그는 “잼버리 세계 대회는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상황'에서 4만5000명의 도시가 새롭게 형성되는 것”이라며 “각종 시설은 어느 세계 대회나 얼추 비슷한데도 새만금 잼버리의 경우 현장 전문가인 스카우트연맹과 대원들의 주장은 뒤로 밀리고 정부와 조직위가 앞에서 이끌어온 것이 화근”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야영의 경우 8~10명씩 활동하는 1유니트(unit) 당 화장실과 샤워실이 각각 1개씩 있어야 한다. 화장실은 최소 15명 당 1개 정도는 설치해야 한다”며 “지금이야 많이 개선됐지만 초기엔 전혀 그렇지 않아 불만이 증폭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당초에 델타구역에 상주인원과 일일방문객 등 하루 유동 인원 5000명을 고려해 화장실 260개를 설치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실제 설치된 화장실은 17개뿐이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장애인 화장실이나 종교 화장실은 전혀 없었고, 18세 이상 성인을 위한 화장실과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위한 화장실도 별도로 설치하지 않는 등 스카우트 활동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어 불만이 누증됐다는 전언이다.
A씨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생수 공급만 해도 대회 둘째 날까지 턱없이 부족했다”며 “야영을 하며 훈련을 받아온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각종 시설이 열악한 것보다 생존의 첫째 조건인 물이 부족한 게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며 각급 기관들의 생수 공급이 쏟아지면 지금은 길거리에 수천 개의 생수통이 야적해 있을 정도로 생수가 넘쳐 나고 있다.
A씨는 “고통스런 자연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노 굿(No Good)’은 결코 시설이 열악하다는 말이 아니라 필수용품의 수량이 부족하다는 말”이라며 “스카우트의 이런 정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배려했다면 국제적인 망신에 해당하는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한 것도 스카우트의 시각에서 접근하기보다 공무원 입장에서 진행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통제와 안전만 생각해 개영식 때 출입구를 1곳으로 제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A씨는 “조직위가 야영장 밖의 독채 펜션을 빌려 활용해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노가 치솟았다”며 “스카우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오로지 스카우트만 욕할 것인데, 평생 스카우트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것이 가장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새만금 잼버리가 반환점을 돌아 종반으로 가고 있는 만큼 현장의 전문가인 스카우트 대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등 대회를 잘 마무리해 나가길 간절히 소망한다”며 “세계의 청소년들이 야영장의 도로와 그늘막 아래에서 서로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한국을 더 많이 이해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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