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면제하거나 깎아주는 비과세·감면(조세지출)이 10개 중 9개꼴로 대거 연장된다.
조세지출 종료율은 한 자릿수대로 떨어지면서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산·서민층, 농어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이지만, 국가재정에는 14조 원가량 부담이 될 수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세법개정안'에서 올해 종료 예정인 비과세·감면 제도 71개 중 65개(91.5%)를 연장하기로 했다.
기한만 연장하는 제도는 58개, 구조를 재설계해 기한을 연장하는 제도는 7개다.
이 중 70%를 웃도는 47개는 '적극적 관리대상'이었다. 정부가 분류하는 3단계(구조적 지출, 잠재적 관리대상, 적극적 관리대상) 가운데 대체되거나 폐지될 가능성까지 있는 제도들이다.
일몰이 미뤄진 조세지출 10개 중 7개는 정비가 필요한 대상이었는데도 세제 혜택이 연장된 셈이다.
예정대로 종료되는 조세지출은 6개(8.5%)에 그쳤다.
조세지출 종료 비율은 2019년 20.6%를 시작으로 2020년 18.5%, 2021년 10.5%로 계속 하락하다가 지난해 13.5%로 소폭 반등했다.
정부는 2019년에는 34개 중 7개, 2020년에는 54개 중 10개를 각각 종료하기로 했다. 2021년에는 86개 중 9개, 지난해에는 74개 중 10개가 세법개정안의 종료 리스트에 올렸다.
국회 세법심의 과정에서 일부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안 단계에서 한 자릿수대 비율로 낮아진 것은 이례적이다.
강도 높은 비과세·감면 축소에 나섰던 2015∼6년과 비교하면 조세지출 정비 비율은 더욱 낮은 편이다. '축소 재설계'까지 아우르는 것이어서 기준이 다소 상이하지만, 정비 비율은 2015년에는 26.3%, 2016년에는 28.0%를 각각 기록했다.
이번에 연장된 65건의 올해 감면액(전망)은 추정 곤란 항목을 제외하고도 13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2023년도 조세지출예산서' 기준으로, 올해 전체 감면액 69조3000억 원의 20.0%에 해당하는 규모다. 즉, 이번 조세지출 연장으로 내년에 최소 13조 원대의 세수 증대를 포기한 셈이다.
일몰이 연장된 제도 중 감면액이 가장 큰 것은 면세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다.
음식업자가 농산물을 구입할 때 일정 한도까지는 매입세액으로 간주하고 부가가치세 과세에서 공제하는 제도인데, 정부는 영세 개인음식점의 공제율 확대 특례를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 제도의 감면 전망치는 3조868억 원이다. 다만 음식점 법인과 제조업 등에 대한 공제까지 모두 포함한 전망치여서 영세 개인 음식점에 대한 감면액만 따지면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감면액이 많은 제도는 신용카드 사용액 세액공제로, 2조6566억 원이다.
연간 매출액 10억 원 이하 개인사업자의 신용카드 등 매출에 대해 세액공제율(1.0→1.3%) 및 공제 한도(연 500만→1000만 원) 우대를 주는 제도인데, 정부는 세액공제 대상 결제 수단을 추가해 제도를 재설계하고, 적용 기한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 외에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감면(2조3천686억원), 재활용 폐자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 특례(1조5천374억원) 등도 감면액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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