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교권 침해 현상의 원인으로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를 지목하면서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의 여파가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진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 윤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한 '불합리한 자치조례'가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한 것이라는 해석을 부인하지 않으며 "(학생인권조례가) 일방적으로 교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 조례를 만들었던 해당 지역이나 해당 교육청도 '문제가 있으니 조금 손질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히 문제가 있고, 그것이 우리 교육 현장을 왜곡하고 특히 선생님들의 수업권, 생활지도권을 많이 침해하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부분에서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윤 대통령의 지시를 "교권을 확립하는 것이 교육을 정상화하고 결국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철학에 기반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일관되게 교권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와 맞물려 교육부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본격화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현장 교원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로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게 곤란하고, 사소한 다툼 해결도 어려워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며 "교육청과 협의해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부총리는 "학생 인권만을 주장해 교원의 교육활동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더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활지도 범위·방식을 규정한 교육부 고시안을 8월까지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했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학생의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넣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검토 중"이라면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0년 간 학생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조례 제정, 현장 교사의 실천 등 다양한 노력이 현실화돼 왔다"고 학생인권조례의 의미와 성과를 강조하며 "(교권 침해) 원인을 어느 하나로 과도하게 단순화해서 돌리지 말고 교원의 교육활동이 무참하게 훼손되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는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교육청과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조 교육감도 부분 개정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서울과 경기 등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 과정에서 개정 범위와 조항을 둘러싸고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교권 침해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데다, 성별·종교·가족 형태·성별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권리를 골자로 하는 학생인권조례를 표적으로 한 정부의 개정 움직임이 오히려 진영 갈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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