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의 대거 투입으로 수해 복구 작업이 속도를 높이고 있으나 비닐하우스 안에 고장 난 각종 소형 농기계를 수리할 수 없어 수해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4일 오전 전북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 일대의 드넓은 논과 비닐하우스에는 오랜 침·관수로 누렇게 썩은 벼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었고 하우스마다 고장 난 소형 농기계들이 진흙탕에 뒤범벅이 된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1,000여 명의 군인들이 지난 주말까지 투입돼 긴급 복구에 나선 덕분에 폭탄 맞은 것 같았던 하우스 내부는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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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형 트랙터와 작업기, 관리기 등 침수된 농기계들은 고장이 난 상태에서 가동을 할 수 없어 농민들도 어쩔 수 없이 하우스 안에 그대로 방치해 놓은 상태이다.
망성면 상포 마을과 중포, 하포 마을에서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가는 대략 70여 농가로 대부분 수박과 딸기, 상추 등을 재배해 한해를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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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농민은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이어서 무거운 농기계를 하우스 안에서 빼낼 수조차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망성면 상포마을의 박영길 씨(68)는 “군경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의 복구 지원에 힘입어 많은 것들이 잘 복구된 상황”이라며 “이제 농가들이 직접 하우스를 정리하고 쓰레기도 치우는 등 막바지 복구를 하려면 소형 농기구들이 필요한 데, 이번 호우로 모두 죽어버렸다(고장났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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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형 농기계이지만 무게가 있어 고령의 농민들이 하우스 밖으로 빼내기조차 버겁다”며 “농기계를 하우스 밖으로 빼내거나 현장에서 수리를 해야 막판 정리를 할 수 있을 텐데…”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9동의 하우스를 짓는 한 농부는 “오랜 장마에 자동개폐기마저 작동하지 않아 하우스 내부 땅을 말릴 수 없다”며 “다음 농사를 위해 8월 중순에 심으려고 맞춰 놓은 모종 5,000여 포기를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 농부는 “농기계는 침수돼 고장 났고, 하우스 안에 있는 고랑에서는 물이 썩고 있어 일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실의에 빠진 농민들을 위한 단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수해 농부들은 "그동안 각계의 많은 지원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아침에 눈을 뜨면 한숨만 절로 나온다. 피해 농민들의 의견을 수시로 들어 그때그때 지원해 주는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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