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정확한 사실도 파악하지 못한 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관으로 취임하면 정보 분석을 가장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주장만 앞세우는 김 후보자가 이같은 포부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영호 후보자는 지난 2008년 공저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공공연하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나라라고 단정한 적이 있다"며 "이러한 자학사관과 함께 민족공조론이라는 이름으로 태극기를 버리고 정체불명의 한반도기를 내세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반도기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주장만 놓고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반도기를 만들어 태극기 대신 사용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반도기는 1989년 노태우 정부 당시 남북 회담 때 만들어졌으며, 이후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즉 한반도기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당시 재임 시기에 처음 한반도기를 내세운 것도 아니었다.
이와 관련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한반도기가 언제 만들었는지 알고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한반도기의 역사를 설명하며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노태우 정부 때 만든 것인데 이게 왜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냐"라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노태우 정부 때 만들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노 전 대통령을 이념적 차원에서 공격하기 위한 구실로 한반도기를 이용한 셈이다.
김 후보자는 통일부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통일부 인원을 150명 축소할 수 있다는 <한겨레> 보도와 관련, 통일부 본부 인원이 몇 명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질문에 "아직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지난 6월 29일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후 이날 청문회까지 3주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통일부의 대략적인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청문회 준비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실에서 통일부 인원을 감축한다고 하면 장관이 막을 수 있냐는 전 의원의 질문에 "150명 감축은 제가 생각해도 무리라고 본다"면서 <한겨레>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통일부의 인원도 모르는 후보자의 말이 실제 통일부 구성원들이나 국민들에게 얼마나 신뢰감 있게 다가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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