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무단으로 월북한 미군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북미 간 유의미한 접촉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건이 양측 간 경색된 관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상황을 관리하는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종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이 사건이 북미 간 관계 변화의 물꼬가 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경색을 푸는 데 까지의 전략적 역할을 할 거라고는 지금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새로운 탐색전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병사의 신상 문제를 빌미로 해서 미국과 접촉할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유엔사 장성급 회담을 개최할 수 있게 된다. 북한으로서 상황을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사실 미국이 먼저 제안한 대화에 응하는 형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명분도 좋고, 이렇게 보면 단절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상황을 관리하는 데 북한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이런 계산서가 (북한에서)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북한은 아직 미국의 접촉에 응하지 않고 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어제(18일) 국방부가 북한 인민군 측에 연락을 취했다.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이 전했다.
월북 군인에 대한 북한의 처분에 대해 김 교수는 "일단 억류나 납치가 아니라 북한 측 입장에서 보면 귀순이다. 대우가 좋아질 것"이라며 "납치 또는 비자발적으로 온 경우에야 상당히 통제와 강압이 있고 대부분 재판을 열어서 노동교화형에 처하는데, 이런 경우는 북한에 손해를 끼친다거나 적대 행위를 한 게 아니다. 거기에다 귀순자니까 더 영웅시 될 수 있어서 범죄자 구금을 하는 식의 처우는 아닐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여기에 넘어가는데 자발성이 있다면 북한 체제에 대한 기대심리도 있을 텐데, 북한 당국이 심문 과정을 통해서 이 병사의 진심을 확인한다면 이후에는 북한이 송환에 소극적일 것 같다"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김 교수는 "북한이 제일 황당한 상황이다. 남측에서 저렇게 병사가 뛰어왔기 때문"이라며 "미국하고 범죄인 송환 협정도 체결돼 있지 않을 거고 코로나 후유증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북한에서는 한편으로는 두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브래드 셔먼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민주당)이 해당 군인의 송환과 관련해 섣불리 북한에 손을 내밀어서는 안되고 국가안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월북한 병사의 신상, 현재 안전 등은 정부가 확인하는 게 기본 책무"라며 "미국의 안보가 중요하냐 병사의 안보가 중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방치하면 범죄가 된다. 정부의 임무를 직무유기한 것이 되니까"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인원으로 들어와 판문점에서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등병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면서 폭행 등의 혐의로 약 두 달간 구금당한 적이 있으며 한국 경찰 순찰차를 걷어차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적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가 징계 등을 위해 17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로 이송될 예정이었던 킹 일병은 본인을 호송하는 인원이 면세구역까지 따라오지 않는 점을 이용, 비행기 탑승 전에 여권을 분실했다고 주장하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이어 민간 여행사가 주관하는 판문점 견학을 신청해 판문점에 진입, 무단으로 월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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