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획득한 법적 권리를 소멸시키기 위해 변제공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의 모금이 3억 원을 넘겼다.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제3자 변제에 반발하며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이 모금운동 19일 만에 3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8일 12시 현재 모금에 4845명이 참여했으며 3억 558만 원 가량이 모였다고 전했다.
이번 모금운동은 정부의 강제동원 해결 방안을 거부하는 피해자들에게 정부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을 한국 민간 기업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에 기부한 자금으로 대체해서 지급하고 있다. 정부의 방안에 피고인 일본 기업의 책임이 면제되면서 여기에 반대하는 피해자 및 유족들이 정부 방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시작된 모금은 정부가 피고인 일본 기업에 대한 피해자들의 채권을 소멸시키기 위해 제3자 변제공탁을 실시했던 지난 3일 이후 급증했다. 당시 이들은 공탁이 발표된 이후인 3일 오후 6시부터 18시간 만에 1193건, 4885만 2966원의 성금이 접수됐다고 밝혔고, 모금 닷새 만인 4일에 1억 원을, 6일에는 2억 원을 돌파한 바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들은 "피해자 및 유족에게 지원하기 위한 모금 목표액은 10억 원"이라며 "오는 8월 15일을 전후에 1차로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의 채권을 없애려는 정부의 시도는 법원 앞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재단은 3일 정부 해법을 수용하지 않는 피해자 및 유족 4명과 상속인 파악이 되지 않는 유족에 대해 공탁을 개시했지만, 상속인 파악에 문제가 있었던 유족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에 대한 공탁은 번번이 불수리 결정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에도 전주지방법원은 재단이 제출한 공탁 불수리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지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낸 이의신청을 공탁관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단은 앞서 전주지법에 강제동원 피해자인 고(故) 박해옥 할머니의 자녀 2명에 대해 공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전주지법은 이들이 피고인 일본 기업이 아닌 제3자인 재단이 변제를 하는 것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며, 재단의 공탁을 수리하지 않았다.
이후 재단은 이의신청을 했으나 이 역시 수락되지 않으면서, 공탁 유효성은 이후 법원 민사부에서 판단될 예정이다.
한편 재단이 이의신청 사건의 대리인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던 강훈 변호사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민일영 변호사 등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오마이뉴스>는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재단은 광주지법 민사 제44단독 강애란 판사 심리로 진행되는 '공탁관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재판의 소송대리인으로 모두 2개의 법무법인을 선임했다"며 재단 측이 11일까지 법무법인 세종과 바른 등 두 곳의 법무법인에서 모두 8명의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재단 관계자는 18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이의 신청 외에 강제동원 사안과 관련해 이들에게 법률 자문을 받아왔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변호사를) 선임 했을 때 하는 방식으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답해 제3자 변제공탁 등의 사안을 논의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재단이 규모가 있는 변호인단을 꾸린 것을 두고 이번 모금과 관계된 시민단체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이의 신청에 나선 것은, 한마디로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기 위해 사생결단 끝장 보기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라며 "국민의 혈세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면해주기 위해 우리 사법부와 싸우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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