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수해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행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본국에서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일정을 중단하고 돌아가는 것이 민주국가의 보편적 리더상이라며 대통령의 처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최 전 차관은 정상 일정이 단축‧취소될 경우 상대국이 인정하고 양해해주냐는 질문에 "본국에서 재난재해가 발생하고 십 수 명 이상의 국민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실종하고 교통 인프라 등이 중단되면 사실상 매우 위급한 상황이므로 국가의 수반이 모든 정상외교 일정을 중단하고 돌아가는 것이 민주국가의 보편적 리더상"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차관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제정치 중심에 가는 건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근데 지금 호우가 나고, 가야 한다면 더 좋은 기회도 추후에 있을 수 있었다. 그 근처(우크라이나 근처)에 갔다고 해서 반드시 가야 하는가라는 우선순위의 문제, 국정을 대하는 기본자세와 마인드셋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16일(현지시각) "대통령이 지금 당장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최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때는 국가재난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아니라고 했다. 비슷한 맥락이 지금 비슷하게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 왜 정부, 특히 대통령이 머무는 곳에 왜 위기관리센터를 두나"라며 "그럼 왜 우리는 '포괄안보'라고 하나? 그리고 왜 요새 포괄안보 속에 경제안보니 환경안보니 이렇게 두고 있나."라고 말해 대통령이 챙기는 안보라는 영역 안에 자연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임무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상회담 자체가 국정의 연장이기도 할 뿐더러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리는 것이니만큼 대한민국 대통령이 다자회의, 국제정치 중심에 가서 뭐 이것저것 보는 건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그런데 국익의 가장 핵심은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전 차관은 "다른 나라의 (정상 일정) 사례를 보니 일정을 취소하고도 돌아온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이 급해서 우크라이나를 통해 우리의 소위 국민들이 어떤 이익을 체감할 수 있을는지"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 부부가 14시간을 걸쳐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 시내에서 파괴된 건물을 보면서 피부로 무엇을 느꼈든, 따지고 보면 전쟁터는 (수해로 인해) 여기(국내)"라며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평가했다.
최 전 차관은 대통령의 방문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이후) 나왔던 메시지가 '생즉사 사즉생', 그리고 연대에서 끝까지 싸우자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싸움의 대상은 러시아인데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긍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의 북핵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그리고 거기(러시아) 나와 있는 수많은 기업들과 시베리아 지역의 우리 개발 사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여전히 석탄과 천연가스 일부를 수입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외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어떻게 볼 것이라고 해석하냐는 질문에 최 전 차관은 "지금 러시아의 관점에서 매우 신경 쓰이는 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했고 이미 도착했다고 하는 보도가 나왔다는 점"이라며 155mm 포탄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직‧간접 지원 행보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전 차관은 "왜 우리 외교와 안보를 국내외적으로 자꾸 불확실성의 구덩이에 넣는지 잘 모르겠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현재 강력한 피로감에 쌓여 있다. 그 피로감은 이 전쟁이 언제 끝나지? 얼마나 더 도와주어야 하지? 이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재건사업 참여를 거론하며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정당성을 설명하는 것과 관련 최 전 차관은 "좀 앞서 갔다고 본다. 지금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는 총력을 기울여서 나토 가입을 획득하려고 하고 동부에서 영토를 회복하려고 러시아를 밀어내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나토에서도 재건 문제는 하나도 안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 전 차관은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영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이른바 '명품 편집샵 쇼핑'이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의 쇼핑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혹은 터졌기 때문에 혹은 쇼핑이라는 그 이벤트가 이번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라며 "현지에서 결정되었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2시간 엠바고를 줬다는데 시간을 돌려서 보면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과연 김건희 여사의 쇼핑 보도가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12일(현지시각) 리투아니아 매체인 <15min>은 김건희 전 대표가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의류매장 중 하나인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에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김 전 대표와 16명의 인원들이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며 이 중 6명은 외부에, 10명은 내부에 있었다고 밝혔다.
매체는 다음날에는 한국 대표단 몇몇이 옷가게를 다시 찾아 추가 물품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김 전 대표가 무엇을 샀고 얼마를 썼는지는 기밀로 유지된다고 보도했다.
김 전 대표의 쇼핑 논란과 관련해 최 전 차관은 "대통령실에서 즉각적인 해명성 발언이 나와야 되는데 뭉개고 가는 듯한 느낌"이라며 "비교하긴 그런데 쇼핑이라는 것은 (전 정부 재임기간인) 5년 동안 없었다. 괜히 놀러 다닌다라는 프레임에 갇힐까봐 구두 한 켤레 사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상이나 배우자가 외국방문 시 그 나라의 시장 등을 방문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행위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최 전 차관은 "공식 일정이니까 홍보한다"라며 "(일종의) 공공외교인데 이건 현지 언론에 보도가 난 것이고, 그렇다면 적극 해명하거나 상황 설명을 해야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의 쇼핑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해당 가게에 방문한 것은 맞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는 비공식 해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최 전 차관은 "그러면 확실히 안 샀다라고 공식 설명이 나와야 한다"며 대통령실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장 주인이 현장에서 호객행위를 해서 김 전 대표가 쇼핑을 했다는 설명은 가능할 거라고 보냐는 질문에 최 전 차관은 "제가 가지고 있는 상식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며 산책 중 즉흥적으로 쇼핑을 한 것은 아니라고 추정했다.
비공식 일정으로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가서 쇼핑을 만약에 했다면 적절한 일정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그는 "(대통령 영부인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이 (대통령실 조직에) 있었다면 국내 상황, 호우와 고속도로 건 등이 있으니 말렸을 것"이라며 "(김 전 대표가)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데 명품숍은 어색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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