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3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19년만의 총파업이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등 인력 및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열린 이날 총파업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 경찰 추산 1만7000명의 조합원들이 모였다. 이번 총파업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등 60여개 직종에 종사하는 보건의료노동자가 참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 7시부터 2일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산하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조합원 6만여 명이 참가해 필수유지 투입 인력을 제외한 4만5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은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주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며 역대 최대 규모다.
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의대정원 증원 및 불법 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코로나19 영웅들에게 정당 보상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 등을 7대 사안을 요구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절박하다. 최소한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이라도 보장되면 좋겠다. 강제적인 응급 오프(off) 쓰지 않고 내가 필요할 때 휴가를 쓰고 싶다"며 파업 이유를 밝혔다.
나 위원장은 이어 "고통과 절망의 일터를 희망과 미래가 있는 일터로 만들기 위한 자랑스러운 파업"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의 목소리도 나왔다. 25년째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공지현 한양대의료원지부장은 "간호사 한 명이 적게는 환자 8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평균 20명을 돌보고 있다"며 "10시간 넘게 근무하며 밥 못 먹고 화장실 갈 시간 없이 뛰어다니다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하소연했다.
공 지부장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25년을 버티는 동안 떠나는 동료를 잡지 못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피해는 병원과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 지부장은 "이제 동료들이 떠나지 않게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며 "환자를 위해 적정 인력 기준이 마련되도록 노정 합의가 당장 이행돼야 환자,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진압하며 활용했던 '업무복귀명령' 지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경대응 방침을 세웠다. 2021년 정부와 보건의료노조가 '9.2 노정합의'를 이루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YTN에 출연해 "노조가 절차를 밟아서 파업을 진행 중이지만 (노조가) 발표하고 발언하는 것을 보면 파업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며 "이 부분이 정당한지 여부를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업무복귀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과 다음날(14) 양일 간 총파업을 실시하고 오는 17일부터는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복지부와의 대화를 통해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21년 9월2일 인력확충과 공공의료 확충에 해법을 노정합의를 마련한 뒤 매달 한 번 이행점검회의를 열어왔지만, 정부는 총파업을 앞두고 대화의 문을 닫아버렸다"며 "진지하고 성의 있게 진전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총파업투쟁은 극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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