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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을 살았는데, 당장 철거하고 나가라니…"

잇단 '불법 논란' 비에이비스타CC 임원 소유 땅 7가구 주민들, 법원 '퇴거' 소장에 '날벼락'

"쫓겨나면 갈 곳도 없는데 당장 나가라고 합니다. 며칠째 잠을 못 잤고 하루하루 피가 마를 지경입니다. 평생 살아온 내 집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악덕 업주(개발법인)의 갑질과 횡포를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경기 이천시 모가면 어농3리 주민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든 건 약 2주 전인 지난달 말쯤이다. 지난 4월 새로 바뀐 집터 주인이 해당 집터에 집을 짓고 살아온 일곱 가구 주민들에게 집을 철거하고 나가라는 내용의 소장이 법원에서 날아와서다.

12일 <프레시안> 취재 결과, 소장에는 현재 거주 중인 주민들의 명단이 피고란에 적혀 있고 청구원인으로 "피고들은 이 사건 토지 지상에 아무런 권원 없이 건축물을 소유하여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평생 살아온 죄밖에 없는 주민들이 졸지에 남의 소유권을 침해한 피고자로 전락한 셈이다.

▲새로 바뀐 땅주인인 B개발회사로부터 "30일 안에 집을 철거하고 나가라"는 소식을 접한 어농3리 김삼선 할머니는 "며칠째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법원에서 날아온 소장을 짚어가며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이백상)

한 주민은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내에 집을 비우라고 했으나 집터 주인 요구대로 하게 되면 당장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집터는 어농리 269‧270번지 2필지를 포함해 3848㎡(1164평)이며, 주민들 대부분이 이 땅에 집을 짓고 선대부터 수십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어농3리 마을회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이른바 '집터 따로 집주인 따로'라 하더라도 오랜 세월 아무 일 없다가 최근 들어 이 같은 변화가 생긴 건 집터 주인이 이 마을과 연관이 있던 사람에서 B주식회사로 바뀌게 되면서다. 집터를 판 사람도 산 회사도 그 터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일언반구 얘기도 없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김삼선 할머니(79)는 "당장 집을 비우지 않으면 큰 일 날 거 같아서 며칠째 잠을 못잤다"며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할 따름"이라고 탄식했다.

이렇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주민들은 작금의 현실을 "돈 많은 악덕업주의 횡포"로 규정하고 집터를 산 B주식회사의 대표가 최근 각종 불법 논란<프레시안 7월 2일‧5일 보도>에 휩싸인 비에이비스타CC 법인의 임원인 A씨라는 사실에 더욱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A씨는 이번에 새로 산 집터와 인접해 있는 주택건물 2채를 보유 중이며, 현재 골프장 '캐디'들의 숙소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근 비에이비스타CC 대표인 부친으로부터 증여 받은 어농리 농지를 불법 전용하고 휴경지로 방치해 이천시로부터 농지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또 비에비스타CC는 최근 폐기물 무단투기와 농지법 위반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주민들은 "오랜 세월 골프장으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인데, 이제는 그 골프장 측에서 평생 살아온 주민들을 동네에서 내쫓으려 작정을 한 것 같다"며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권조차 무참히 짓밟으려 하는 악덕업주의 갑질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농3리 새마을지도자를 맡고 있는 김성기(56) 씨는 "요양원에 계신분도 있고 연세드신 분들이 많으신데 이분들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며 "(전 주인이) 땅을 팔기 전에 한마디 얘기라도 했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집 철거하고 나가' 직격탄을 맞은 주민들은 "너무 억울해서 이대로는 못 참겠다"며 "기업의 횡포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달고 골프장 앞 1인 시위를 비롯해 대규모 집회를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어농3리 일곱 가구 주민들의 집 철거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한 B개발회사 대표 A씨로부터 이와 관련한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평생 살아온 내집이다." 이천시 모가면 어농3리 7가구 주민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집터(대지)의 주인이 바뀌면서 당장 집을 철거하고 나가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최근 B회사에서 매입한 2필지 대지다. ⓒ 다음카카오맵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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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상

경기인천취재본부 이백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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