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나흘 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며 이번 방문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고율 관세, 희귀 광물 수출 통제 등 양국 간 쟁점에 대한 합의 없이 긴장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로이터>,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을 보면 9일 옐런 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며 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세계 양대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양국 모두에 재앙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할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며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중대한 불일치"가 있지만 중국 경제 지도부와 "직접적이고 실질적이며 생산적인" 대화를 가졌다며 이번 방문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이번 방문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경제 관련 조치들에 대해선 이견을 확인한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 때 부과돼 유지되고 있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미국 쪽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을 문제 삼고 있는 상황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표적 (경제) 조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옐런 장관은 7일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7일 옐런 장관과 회담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중국은 미국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중·미 관계를 조속히 정상 궤도에 올려 놓기를 희망한다"면서도 광물 수출 통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쪽은 이번 방중을 통해 그러한 조치들이 대립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신뢰를 구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미국의 조치가 "투명하고 범위가 좁고 명확한 목표를 겨냥한다"며 미국이 "중국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완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대국 갈등의 틀"로 바라보고 있지 않으며 "우리는 세계가 양국 모두가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쪽도 회담이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8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옐런 장관을 만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한 및 제재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면서도 대화가 "깊고 솔직하고 실용적"이며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또한 7일 옐런 장관을 만난 리 총리가 미중 관계가 "비바람"을 겪은 뒤 "더 많은 무지개"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다만 미·중은 무역 외에도 대만 문제 등 다방면에서 긴장을 겪고 있기 때문에 양쪽이 이번 방문에서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으며 소통 회복에 의의를 둬야 한다고 평가했다.
옐런 장관은 회견에서 양국 사이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순 없지만 "이번 방문이 중국의 새 경제팀과 탄력 있고 생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미·중 간 실무 수준에서의 정기적 소통이 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존 케리 미 백악관 기후 특사도 이달 안으로 중국에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오는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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