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지도하면서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외래어 문제다. 우리나라는 외국어의 사용에 상당히 너그럽다. 우리말을 하면서 영어나 불어를 섞어 써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는 이가 없다. 오히려 외국어를 많이 섞어 쓰면 유식해 보이는지, 세종시의 모 인사는 한국어보다 외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본다. 사실 속마음은 한 대 갈겨주고 싶지만 자신이 잘난 척 하는 맛에 사는 사람을 뭐라 할 수도 없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의미가 다르다. 외국어는 미국어나 프랑스어, 혹은 일본어처럼 그대로 외국인들이 하는 말을 일컫는 것이고, 외래어는 적당한 우리말이 없어서 외국어를 그대로 우리말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외래어는 그 유래가 엄청 오래 되어 우리말인 줄 아는 것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담배’라는 단어도 ‘tobacco’에서 유래한 외래어이다. ‘타바코’를 ‘담바고’라고 했다가 ‘담배’로 굳어버렸다. 하기야 외국에서 들어온 물건이니 외국 이름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한 때는 ‘연초’라고도 했으나 이제는 담배‘에 밀려나고 말았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하면 외국어나 외래어도 그 표기법은 ‘외국어 표기법’을 적용해야 한다. 우선 우리가 잘못 표기하고 있는 외래어를 예를 들면서 그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외국어와 외래어를 구분하지 않고 예를 들 것임)
‘쿠킹 호일(cooking foil) => 쿠킹 포일
'인디아니 존스(Indiana Jones)’=> ‘인디애나 존스’
‘타이타닉(Titanic)’ => ‘타이태닉’
‘악세사리(accessory)’ => ‘액세서리’
‘밧데리, 빳데리, 밧데리(battery)' => 배터리
일단 독자들이 위에 표기한 것들을 보면 정신없을 것이다. 평소에 일반인들은 ‘쿠킹호일’이라고 하지 ‘쿠킹 포일’이라고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실제로 상표를 보아도 모두 ‘호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실제로 쓰는 말과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가 다른 것이 많아서 헷갈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외래어를 우리말로 표기하는 것은 우리말 띄어쓰기만큼 어렵다.
외래어(외국어) 표기법도 한글 맞춤법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지 않으면 맞춤법에 따라 틀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어와 같은 규정을 적용해서 써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포일’을 ‘호일’이라고 표기한 것은 맞춤법 통일안 규정에 위배된 것이다. 예전에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선전문구로 인해 학생들이 모두 침대는 가구가 아닌 것에 표기를 해서 대부분이 틀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마찬가지로 ‘포일’을 ‘호일’이라고 표기하여 학생들이 오기를 하게 된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국립국어원에서도 표준어 규정과 마찬가지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준수되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외래어도 규정에 맞게 써야 한다는 말인데, 현실적으로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쓴 것이 드물다. 위에 예를 든 것처럼 ‘타이태닉’이나 ‘인디애나 존스’, ‘배터리’라고 하면 오히려 읽은 사람들이 “이게 뭐여?”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예전에 ‘오렌지’가 맞는지 ‘오뤤쥐’가 맞는지를 가지고 사람들이 많은 풍자를 만들어 낸 적이 있다.
사실 외래어를 표기하기에는 과거에 쓰던 순경음비읍(ㅸ)이나 반치음(ㅿ) 등을 쓰면 좋은데, 현재 사용하지 않는 관계로 현용 24자만 쓴다. 하지만 한글을 수출할 때는 위의 순경음비읍(ㅸ)도 함께 가지고 간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찌아찌아)에서는 이런 글자를 사용하여 발음하고 있다. ‘아나운서’, ‘컴퓨터’, ‘바캉스’, ‘마우스’, ‘스마트 폰’ 등도 이미 한국어의 일부가 되었다.
외래어도 우리말이니 규정에 맞게 써야 함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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