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여윳돈이 3년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늘어났다. 국세 수입이 감소하면서 정부는 한국은행으로부터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돈을 끌어다 썼다. 저조한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자금순환(잠정)'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액은 76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4조8000억 원)에 비해 12조1000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분기(81조 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자금운용액은 경제주체의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차감한 값이다. 자금운용액이 조달액보다 많아서 양(+)의 값이면 순자금운용액, 음(-)의 값이면 순자금조달액이다.
가계, 대출 규모 7조 원 줄였다
통상 가계는 순자금운용(+) 상태에서 보유한 여윳돈을 예금, 투자 등의 활동에 활용해 순자금조달(-)을 하는 기업과 정부에 공급한다.
따라서 올 1분기 가계의 자금 상태는 3년래 여윳돈이 가장 많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자금운용액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자금조달이 급감한 결과다.
올 1분기 가계의 자금운용액은 69조8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의 89조2000억 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세부항목을 보면 금융기관 예치금이 62조2000억 원, 보험 및 연금 준비금이 5조6000억 원, 채권이 3조7000억 원,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3조8000억 원, 국외운용은 1조5000억 원이었다. 주식이나 펀드에서 3조8000억 원을 빼 현금화했다는 의미다.
1분기 가계의 자금조달액은 -7조 원이었다. 7조 원 상당의 대출금 등을 상환했다. 1년 전에는 24조4000억 원이었다. 즉 자금조달액이 자금운용액보다 더 크게 줄어들어 가게의 여윳돈이 증가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까닭은 가계의 1분기 금융기관 차입액이 -11조3000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즉 가계가 금융기관에 빌린 돈 11조3000억 원을 상환했다는 뜻이다. 예금취급기관에 15조 원을 상환했고, 기타금융기관(증권사, 여신전문사 등)으로부터는 3조6000억 원을 더 끌어다 썼다.
가계의 1분기 자금조달액(-7조 원)과 금융기관 차입액(-11조3000억 원)은 역대 최소 기록이다.
기업 실적 악화, 정부 세입 감소 확인
1분기 기업(비금융법인)은 자금조달액을 늘렸다. 전년동기 -35조3000억 원이었던 기업의 자금은 올 1분기 -42조3000억 원이 됐다. 그만큼 돈을 더 끌어다썼다는 뜻이다.
자금운용액이 -46조2000억 원으로 급감한 결과다.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해 기업이 예금 등을 빼서 써야 할 상황이 그만큼 많았음을 보여준다. 1분기 기업 자금운용액은 역대 최소 기록이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31조2000억 원에 달했다. 이만큼 예금을 뺐다는 의미다. 역대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반면 기업의 자금조달액은 -3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 차입액은 16조8000억 원이었으나 상거래신용, 정부융자 등(기타)이 -52조 원으로 집계돼 전체 조달액이 줄어들었다.
일반정부 순조달금액은 전년동기(-10조7000억 원)에서 두 배가량 증가한 -23조1000억 원이었다. 자금운용액이 1년 사이 65조9000억 원에서 51조6000억 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금융기관차입액, 즉 한은으로부터 빌린 돈이 지난해 11조6000억 원에서 올해 31조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경기 둔화로 인해 국세 수입이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쓸 돈이 줄어든 현실을 나타내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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