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미제로 남아 있던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가 다른 폭행 사건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돼 유전자(DNA) 검사를 받다가 범행이 들통났다.
이 사건은 15년 전인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27일 오전 3시 30분쯤 A(43) 씨는 울산 주택가 인근 노상에서 택시에 하차한 피해자 B(36·여) 씨를 발견하고 곧장 뒤따라갔다.
당시 B 씨는 이런 상황을 전혀 인지 못 한 채 집에 다다랐고 출입문을 열자마자 불상의 남자가 갑자기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안방까지 끌고 갔다. 이에 B 씨가 저항하자 A 씨는 주먹으로 B 씨의 얼굴을 여러 차례 때린 뒤 신체 일부를 만지며 강간을 시도했다.
B 씨는 순간적 기지를 발휘해 A 씨에게 담배를 피우자며 달래는 척하며 안방에서 벗어나 화장실로 도망가 숨으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날이 밝자 B 씨는 112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A 씨의 지문, 모발 등을 수거해 국과수에 DNA 감식을 의뢰했다.
감식 결과 해당 모발이 남성의 것으로는 확인했지만 범인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A 씨의 DNA 정보가 수사기관 데이터 베이스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1년 가량 추가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해당 사건은 미제로 분류돼 종결 처리되면서 A 씨의 범행은 영원히 묻히는 듯했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2022년 4월 28일. A 씨가 폭행 사건으로 재판받아 DNA 검사를 하게 되면서 덜미를 잡히게됐다. A 씨가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DNA 채취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A 씨를 불러 DNA를 채취했는데 2018년 성폭행 사건 당시 B 씨의 집에서 나왔던 모발의 DNA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검찰은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로 A 씨를 조사해 다시 재판에 넘겼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공소 사실에 기재된 내용의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B 씨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어놓고 합의금을 명목으로 자작극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 당시 B 씨가 범행 전반의 내용과 상황을 진술한 내용이 일관성 있고 구체적이며 이를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 지어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울산지법 형사11부 이대로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진술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세부적인 내용들이 계속해서 달라지고 객관적으로 드러난 증거들을 피해 무리하게 사실관계를 재구성한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며 "A 씨는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