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 중인 가운데, '정부 고위 인사'가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1만 원을 넘지 않는 범위가 될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노동계는 "이럴 거면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외피는 벗고 대통령이 직접 최저임금을 결정하라"며 즉각 비판했다.
시민단체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 2천원 운동본부(운동본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며 "이럴 거면 대체 왜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요청서를 보내 수십 차례의 회의를 해왔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경제지 <머니투데이>는 지난 1일 "내년 최저임금 9800원선 결정될 듯... 노사 함께 살 궁리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기사에서 '정부 고위 인사'를 인용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산식에 들어가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기타 여러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봤을 때 1만 원을 넘지 않는 범위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액수인 '9800원 선'을 언급했다.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하는 최임위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노동자 위원 9명, 경영계 및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 9명,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 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요구안을 제시한 뒤 몇 차례의 수정안 제출과 표결을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사가 요구하는 최저임금안의 간격은 큰 상태다. 양자는 팽팽한 기싸움을 진행 중이다. 노동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27%높은 1만2210원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제시했고, 사용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의 '동결'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고위 인사'의 발언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요구안을 내고, 수정을 거쳐 심의· 결정하는 최임위의 역할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읽힐 수 있다. 나아가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 위원으로 하여금 구체적인 액수인 '9800원 선'에서 결정하게 하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본래 최저임금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구지만 공익위원들은 정부와 유사한 입장을 취해왔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모 경제지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그리는 2024년 적용 최저임금이 실체가 드러났다"며 "해당 발언을 한 고위 인사가 최저임금법의 취지와 목적, 결정기준에 무지한 것도 문제지만, 문제의 발언은 정부 고위 인사의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용자 위원들의 주장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이젠 대놓고 최저임금 수준에 직접 개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기 임금에 대한 결정권이 없어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에 기대를 걸고 관심 깊게 이를 바라보던 저임금 노동자의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럴 거면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외피는 벗고 대통령이 직접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직접 노동자, 시민을 설득하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위법한 간섭과 부당한 압력행사를 중단하라"며 "저임금 노동자와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모든 노동자, 시민의 삶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 진정성 있는 정책과 제도 개선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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