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과 접촉하며 대사관 운영을 비롯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가치 외교'를 강조하며 미국과 일본만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와는 달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주면서도 러시아와 대화를 놓지 않는 외교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28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매체 <타스 통신>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날 러시아 방송에 출연해 "미국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접촉하고 있으며 대사관 문제와 관련된 관계도 계속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미국과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설리번(보좌관)과 몇 번 연락이 있었고, 당연히 대사관 운영 관련한 문제에 대한 접촉이 있었다"며 양국 간 대사관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양국관계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악화됐고 이같은 상황이 대사관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 통신은 현재 러시아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 수가 2017년 1200명 수준의 10분의 1인 120여 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 국가들과 소통을 거절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년 반 동안 두 번 접촉을 요청했는데 전화로 답하기도 했고 (지난해 열린)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에서는 10분 정도 접촉을 갖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과 대화에도 열려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알다시피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대화에 열려있다. 하지만 서방에서는 누구도 의미 있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몇 달 동안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에게 연락할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는데, 연락하고 싶으면 그냥 하지 왜 공적으로 알리나"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소통에 관한 서방 지도자들의 모든 공개적인 성명을 비교해 볼 때, 이는 존중할 가치가 없다"며 "만약 (서방 국가들이)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러시아 대통령은 그러한 상호작용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이 참여 중단을 선언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누구도 핵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미사일 방어,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등에 대한 조약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26일 러시아 방송과 인터뷰에서 린 트레이시 주러시아 미국대사가 러시아 군 용병 바그너 그룹의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태에 미국이 연루되지 않았다는 신호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트레이시 대사가 이번 반란은 러시아의 내부 문제라고 말했다면서 러시아의 핵무기고가 안전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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