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기밀 문서를 위법하게 보유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 요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갈등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파일을 통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인 2021년 7월 뉴저지주에 위치한 베드민스터 골프클럽에서 미군의 이란 공격 안을 비밀 취급 인가가 없는 민간인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하는 약 2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인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마크 매도스의 비망록 출판을 준비하던 작가 및 출판사 관계자와 대화하는 내용이 녹음 파일에 담겨있다고 전했다. 녹음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이게 국방부고 이게 그 사람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라고 말했는데, 기밀 문서의 내용을 짚어가며 설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문건이 아직 비밀 해제가 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비밀 정보만 아니면 내 말을 입증하는 건데"라고 말해 당시에도 해당 문건이 기밀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방송은 이 녹음 파일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 기밀을 잘못 다뤘음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 녹음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려고 했고 마크 밀리 당시 합참의장이 이를 우려했다는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공격하려던 것이 자신이 아니었다는 점을 출판사 관계자와 작가에게 기밀문서를 보여주며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직 CIA 요원이자 분석가인 래리 존슨은 28일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980년대부터 존재했던 이란에 대한 전쟁 계획 문서를 본 것이라며 "핵심은 트럼프가 이러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이란과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압력에 저항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은 이란 과학자들의 암살로 이어지는 정보 작전을 지원하는 데 적극적이었다"며 "트럼프는 갈등을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이것이 워싱턴 D.C의 국방 기득권층에게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미국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방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9일 연방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데 따른 간첩법 위반 혐의 31건과 사법 방해 공모 혐의, 거짓 진술 혐의 등 총 37개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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