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손준호 선수의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 정부는 필요한 조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사안이 악화된 한중관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중국과의 외교 채널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손 선수의 구속 수사가 한동안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프로축구 산둥(山東) 타이산(泰山) 소속의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가 지난 17일(현지시각) 구류 기간 만료로 구속 수사로 전환된 데 대해 "우리 공관은 중국 측하고 긴밀하게 소통을 하고 있다"며 " 지금까지 영사 면담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 중국 측에게 우리 입장을 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수사와 관련된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은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손 선수가 지난달 12일 상하이 홍차오(虹橋) 공항에서 공안에 연행된 이후 지금까지 공관 직원이 3차례의 영사 면담을 진행했다면서 가족들과 연락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선수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약이나 음식물 등 필요한 것들을 전달하고 있다. 구금 이후 인권 침해 등은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손 선수는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공안에 의해 연행된 된 이후 지난 17일로 구류 기간이 만료됐는데, 공안 당국이 검찰로부터 구속 비준을 받아 구금이 연장됐다.
중국 국내법에 따르면 구류는 최대 37일까지 가능하고 검찰에 의한 구속 수사는 최소 2개월에서 최대 7개월까지 실시할 수 있다. 이에 손 선수의 구금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수사와 관련된 중국 측의 법이 엄격해 손 선수의 구체적 혐의와 현재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손 선수의 변호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제3자에게 수사 관련 사항을 알릴 수 없어, 한국 정부 당국도 필요한 조력은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 파악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한국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중국에 방문했지만 별다른 상황 변화 없이 귀국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이번 사안이 한중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 사건과 한중관계의 관련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손 선수의 혐의인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는 공무원이 아닌 자가 직무와 관련해 타인으로부터 재물 등을 받은 경우에 적용되는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선수의 경우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 언론은 하오웨이(郝偉) 전 산둥 타이산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벌인 승부조작 사건에 손 선수가 연계돼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해당 팀에 소속된 중국 교포 진징다오가 지난 3월 중국 사법 당국에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손 선수의 중국 에이전트인 저우카이쉬안(周凱旋)도 같은 혐의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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