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가 전면적 혁신의 첫 걸음으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2020년 이후 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가 연루된 부패·비리 사건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당내 부패 사건의 발생 원인을 찾아 제도적 혁신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은경 혁신기구 위원장과 7명의 혁신위원들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1차 회의에서 약 45분 간 비공개 회의를 열고 돈봉투 문제를 첫 의제로 삼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나오게 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가상화폐) 사건 중 돈봉투 사건이 본질의 문제인 것 같다"며 "우선적으로 돈봉투 문제를 의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돈봉투 문제를 해봐야 되지 않느냐. 진상조사위를 설치하자는 안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됐는데 수사보다 우리가 더 잘할 가능성이 있는지 대한 회의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진상조사를 기초적으로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으며 문제 발생 원인을 보고 과거에 이런 류의 사건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들, 민주당이 얼마나 매뉴얼을 잘 만들어서 했는지 그런 것들을 확인해 봐야 제대로 된 제도적 쇄신안이 나올 것 같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변인을 맡은 김남희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겠다는 이야기"라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부연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혁신의 지향점으로 '윤리 정당'을 제시했으나,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는 혁신위 논의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소위 말하는 사법 리스크는 이미 사법 판단 분야로 넘어간 것"이라며 "그 문제를 저희가 관리할 이유는 없을 것 같고 민주당의 제도적 쇄신·혁신 과제와 사법 리스크는 무관한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가 사퇴 요구를 피하기 위해서 혁신위를 발족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저는 정치적으로 빚진 게 없다, 친명(親이재명)도 비명도 아니고, 친문도 비문도 아니라고 말씀드렸다"면서 "특정 정치그룹을 향해서 제가 목소리를 낸다거나 어떤 의사표현을 한다거나 혁신안을 낼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발표한 혁신위원 중 과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몸 담았거나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인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지호 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TV 찬조 연설을 맡았고, 윤형중 위원은 선대위 정책본부에서 정책조정2팀장을 지낸 바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김남희 위원은 "두 분 정도 확인됐는데, 계파가 없고 당 관계자도 아닐 뿐만 아니라 한 분은 경선이 아닌 본선(캠프에) 참여해서 전문가의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공천 규칙 조정 여부에 대해선 "공천 룰을 향해서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 개혁, 혁신이 필요하다면 들여다볼 수 있고 국민이 원한다면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 김 위원장은 위원장 임명에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돈봉투 사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인 데 대해 이날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문제의 인터뷰는) 운전하다가 전화를 받고 사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면서 "지금은 공당의 혁신위원장으로서 드리는 말씀이다. 돈봉투 사건의 자료를 보니 심각한 사건인 것을 확인했다. 해당 의원들과 그분들이 몸담고 있는 민주당에 정치적이고 법률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혁신기구 활동 기간에 대해선 "10월에 정기국회가 있으니 그걸 기준으로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더 해야하는 것"이라면서 "혁신이라는 건 빨리 해서 빨리 답을 드려야 하는 것 아니겠나. 죽기살기로 노력해서 밤 새우고 할 건데 시간이 정해져서 할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혁신위 출범에 앞서 당 내 인사들은 혁신위에 다양한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들이 갖고 있던 잘못된 관행, 기득권도 덜어내야 된다"며 공천 개혁을 주장했다. 정 의원은 "현역 의원들은 권리당원들을 일상적으로 관리할 수가 있고 지역위원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당 조직을 일상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감점이라든가 가산점 제도를 든다고 하더라도 현역 의원과 경선하는 건 너무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주로 친명계 지지층에서 제기된 대의원제 폐지나 당원소환제 등에 대해서는 "지금 목표가 총선 승리이기 때문에 대의원 문제는 전당대회 때 필요한 문제이지 지금 그런 논의에 집중해서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승자독식 국회를 개혁하는 것, 그리고 개헌을 통해서 승자 독식 대통령제를 개혁하는 것, 팬덤 정당 또는 제왕적 당 대표 중심의 비민주적인 정당 문제를 개혁하는 것이 당 혁신의 핵심"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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