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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내에게 큰 죄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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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내에게 큰 죄인입니다"  

이재혁 원로 정치인의 간절한 기도 "치매 걸린 아내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한 어느 80대 남편의 절절한 기도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스스로를 "낙제생 남편"이라고 밝힌 그는 '15년 전 아내의 치매 없는 단 하루'를 그토록 소망했다. 뒤늦게 철이 들었다는 여든일곱 남편이 60년 넘도록 살아준 아내에게 꼭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이천지역 원로 정치인 이재혁 전 경기도의회 부의장은 지난 17일 오전 6시 8분 지인들에게 '아내에게 바치는 기도'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평소에도 꾸준히 우리네 삶에 도움이 되는 글을 작성해 지인들과 공유해왔다.

그는 이 글에서 "전능하신 하나님, 제 아내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치매에서 깨어나 15년 전 건강했던 삶의 일상으로의 귀소(歸巢)를 허락하소서. 이 소박한 소망의 허락이 어려우시면 제가 아내를 보내고 저도 뒤를 따르는 영생의 은총을 베풀어 주소서"라고 적었다.

▲이재혁 전 경기도의회 부의장. 사진은 현역 도의원 시절 이 전 부의장이 인터뷰하는 장면. ⓒ이천뉴스 제공

아내와 결혼한 지 어언 61년 됐다는 이 전 부의장은 "저는 아내에게 큰 죄인입니다. 젊어서 아내에게 뜨거운 관심과 따뜻한 배려로 포근하게 감싸주지를 못했습니다. 다정하게 손잡고 소풍도 여행도 별반 가보지를 못했습니다. 남에게는 공손하고 친절하게 말하면서도 아내에게는 그렇게 부드럽지 못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평생을 공직생활과 지방정치에 몸담아 온 이천지역의 손꼽히는 원로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이천에서 면장과 읍장을 거쳐 이천시의회의장을 비롯해 재선 도의원으로 경기도의회 부의장까지 역임했다.

그는 "친구와 선후배는 물론 술을 좋아하는 외적 활동에 열중하면서 부지불식간에 가정에는 소홀한 등외 가장, 낙제생 남편이고, 의무에 소홀한 외아들 내외의 아버지이자 세 손녀의 할아버지이고, 칠 남매의 형이고 오빠였다"며 가족에 소홀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 모든 잘못을 깨달아 뉘우쳐 철이 든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그동안 못했던 것 모두를 하나하나 챙겨보려는데 안타깝게도 불쌍한 아내는 (치매에 걸려 남편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를 못하는 처지가 되어 죄스러운 마음이 몹시 무겁고 아픕니다"라며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그는 "이 머나 먼 길을 되돌아 다시 걸어 볼 수 없는 지금 이 참회의 마음을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라며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능하신 하나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단 하루라도 15년간 지성으로 간병을 하는 남편으로써의 진솔한 마음을 웃으면서 받을 수 있는 건강한 아내로서의 회귀, 그 은총의 빛을 내려주시옵소서"라면서 글을 맺었다.

이 전 부의장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이천지역 한 인사는 "이재혁 선배님은 그 어떤 정치인 보다도 이천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분이고 후배들의 근본이 되시는 분"이라며 "남편으로서 못다 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선배님의 소망이 꼭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치매 아내를 돌봐오던 이 전 부의장(87)은 현재 병환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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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상

경기인천취재본부 이백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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