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래경 낙마' 사태 열흘 만에 당 혁신위원장으로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했다. 김 교수가 정치권과 연이 깊지 않기 때문에 계파 유불리를 떠나 개혁 작업에 매진할 것이란 기대도 나오는 반면, 학자 출신인 그가 거친 계파 갈등 속에서 강단 있게 쇄신의 칼을 휘두를 수 있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15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막바지 검증 끝에 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기로 만장일치로 정했다고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외대 법학과 졸업 후 독일 만하임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 여성 최초로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권 수석대변인은 김 교수에 대해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원칙주의적인 개혁적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금융이나 법률, 금융과 관련된 법률, 소비자 보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신 분이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금융 약자들 편에서 개혁적 성향을 보여주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칙주의와 개혁적 성향, 정치권에 몸을 오랫동안 담거나 한 분이 아니기 때문에 참신성 등도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당 지도부는 김 교수와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를 최종 후보에 두고 저울질하다 정치권과 비교적 연이 적어 참신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김 교수를 최종 낙점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혁신위원장 제안을 수락하며 "최선을 다해서 개혁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권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당 지도부는 김 교수를 유력 후보로 점찍어뒀으나, 검증 과정에서 그가 2주택자라는 사실을 파악하면서 고심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배우자가 별세하면서 주택을 상속받아 현재 서울 서초구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다.
권 수석대변인은 "상속 당시 자녀들이 아주 어려서, 상속재산 처분에 대한 본인의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법정 지분대로 나눠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혁신위의 구체적인 명칭이나 과제, 역할, 구성 등에 대해선 향후 김 교수 주도로 혁신위 차원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권 수석대변인은 향후 혁신위 위상과 권한 부여 등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선 당 대표가 말한 바 있다. 결심엔 변화가 없다"며 전폭 수용할 뜻을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으로부터 '혁신위에 전권을 줄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말을 아꼈다.
민주당이 누란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혁신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새 혁신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당 대표가 혁신위원장에 대해 어느 정도 권한 위임을 약속한 만큼 혁신의 내용과 범위 등 김 교수에게 달린 셈이다.
새 혁신위원장 인선에 대한 당 내 평가는 둘로 나뉜다. 하나는 계파 갈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공정하게 혁신 과제를 풀어갈 것이란 기대다.
김 교수와 최종 후보로 경합을 겨뤘던 정 교수의 경우 '막말 논란'으로 낙마한 전임자인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과거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발기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그에 앞서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김태일 장안대학교 총장의 경우는 비이재명계에서 추천하는 인물이었다.
두 후보와 달리 김은경 교수는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아 적어도 '친명 친위대', '비명 친위대'와 같은 평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교수가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에 임명된 점,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시 대표 시절 당무감사위원으로 활동한 이력 등을 들어 '친문'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친문계 안에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거나 한 것도 아닌데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부 내에서 역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친문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교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현실 정치 경험이 적고 당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첨예한 사안을 다루는 혁신 기구 수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극도로 예민한 사안을 잘못 다룰 경우 도리어 계파 갈등이 더욱 증폭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 개인 역량과는 별개로 '이래경 낙마' 사태를 거치며 이미 당의 혁신 동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 기구 출범도 전에 이미 땅에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고 당 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이 혁신 방향 설정과 아울러 김 교수가 풀어야 할 첫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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