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이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기업의 35.1%의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퍼센트(%) 미만이었다. 전년(2021년) 34.1%에서 1.0%포인트 올라갔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다.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어느 정도로 부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영입이익으로 대출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비용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자보상비율이 100~300$ 미만인 기업 비율(18.5%)은 전년 대비 2.9%포인트 올라갔고 300~500% 미만 비율(8.2%)은 0.5%포인트 증가한 반면, 500% 이상의 여유로운 비율을 보인 기업 비중은 2021년 42.6%에서 지난해 38.2%로 4.4%포인트 줄어들었다.
한은은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중 공공행정, 비사업지주사, 협회 및 단체 등을 제외한 3만129개(제조업 1만2199개·비제조업 1만7930개) 업체의 2021년과 지난해 재무제표를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안정성도 떨어졌다. 조사대상 기업의 작년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증가한 102.4%였다. 이는 2014년의 106.5%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대체로 건전한 편이었다. 제조업 부채비율은 69.8%에서 69.1%로 감소했다. 대기업(2022년 64.3%), 중소기업(96.1%)을 가리지 않고 부채비율이 모두 100% 미만을 유지했다.
비제조업의 부채비율이 컸다. 149.0%에서 154.1%로 증가했다. 다만 비제조업은 물론 전체 기업의 부채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했다.
차입금의존도는 27.6%에서 28.2%로 올라갔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2019년의 28.3%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기업의 수익성도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021년 6.8%에서 5.3%로 떨어졌다. 한은은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 증가폭이 판매관리비 비중 감소폭을 웃돌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77.6%에서 80.1%로 상승했고, 판관비 비중은 15.6%에서 14.6%로 감소했다.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영업이익률 하락세가 관측됐다.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7.2%에서 5.3%로, 중소기업은 5.6%에서 5.5%로 각각 하락했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률도 7.6%에서 5.2%로 하락했다. 기업 장사 실적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
장사 실적이 떨어지면서 현금흐름 역시 나빠졌다. 작년 전체 조사 기업의 순현금흐름은 평균 2억 원 순유입 상황이었다. 이는 전년 16억 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결정적인 계기가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 감소였다. 2021년에는 한해 장사를 해 87억 원의 현금이 기업에 들어왔지만 작년에는 66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금흐름보상비율은 59.3%에서 40.6%로 떨어졌다. 이 지표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수입으로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어느 정도로 부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종합하면 지난해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과 고물가 상황,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사업 실적이 이전에 비해 나빠졌다. 다만 아직 전체 평균 건전성은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좀비기업이 증가한 것은 좋지 않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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