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자료 유출 경로를 수사하면서 문화방송사(MBC) 사옥, 기자 자택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보도·취재를 위축시킬 '과잉수사'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인사청문자료 유출을 이유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강도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과거 사례·관행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5일 최 의원의 자택 앞에서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국회 의원회관의 최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최 의원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며, 경찰은 의원실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 자료 등 의정활동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서 씨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며 시작됐고,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임 기자와 문화방송 사옥 내 임 기자 소속부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경찰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된 한 장관과 가족의 주민등록초본,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 자료가 최 의원과 임모 MBC 기자, 야권 성향 유튜버 심모 씨, 다른 매체 출신 서모 씨 등 순으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수사가 국회 인사청문회 담당 위원들과 언론의 인사검증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인사청문자료를 제공한 국회의원의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통상 공직후보자가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낼 때에는 해당 후보자나 가족의 위장전입이나 부동산 투기 여부, 재산 현황 등을 검증하기 위한 증빙 자료를 첨부해 보내고, 언론은 관행적으로 청문위원(국회의원)이나 정당 공보실을 통해 자료를 입수해 검증 보도에 활용해 왔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에도 사모펀드 투자 자금 내역 등이 포함된 조 전 장관의 재산 현황, 조 전 장관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서류 등이 국회에 제출됐고, 이는 다수 언론에서 보도됐다. 해당 보도들은 대개 '조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으로 시작한다.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자료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배우자 등 가족 재산을 합쳐 총 56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했다"(2019년 8월 15일자 <조선일보> 보도), "조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빌라에는 2015년 1월 조 후보자의 어머니가 전입했다"(같은해 8.17자 <중앙일보>), "조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딸) 조 씨는 2014년 8월 13일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했다"(8.22일자 <동아일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검증보도가 국회 제출 인사청문회 자료를 근거로 나왔고, 이는 사실상 모든 언론이, 모든 공직후보자 청문회 때마다 일상적으로 내놓는 보도이기도 했다.
이런 보도를 이유로 검·경 등 수사기관이 언론사나 국회의원실 압수수색에 나선 적도 없다. 주광덕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익제보'를 통해 확보한 조 전 장관 딸의 고교 학교생활기록부를 유출한 일에 대해서는 한 차례 수사가 이뤄졌지만, 해당 자료는 후보자 본인이 국회에 제출한 것이 아닌 제3자 제보 자료여서 이번 사안과는 궤가 다르다.
야당은 비판에 나섰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자료가 어떻게 개인정보인가? 언론의 취재를 보장하기 위해 인사청문 자료를 공유한 것이 개인정보 유출인가?"라며 "한 장관의 인사청문자료는 인사청문을 위해 국회에 제공된 자료다. 국회와 언론은 후보자 측이 제공한 인사청문자료를 바탕으로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한다. 따라서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핑계로 행해지고 있는 최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전례없는 탄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변인은 "과거에 인사청문 자료 유출을 이유로 수사를 벌였던 기억은 없다. 더욱이 국회의원과 언론을 압수수색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며 "소(小)통령으로 불릴만큼 권력의 정점에 있는 한 장관 관련 자료라고 이렇게 난리법석을 떠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어 "이번 일을 기회로 국회의 인사청문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아닌지도 의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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