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일선 학교 앞까지 침투한 '정치 현수막'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정쟁으로 얼룩진 자극적인 현수막 내용에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느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2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경기 이천의 한 고등학교 앞 사거리 한 편에 정당에서 내건 정치 현수막이 시민과 학생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제발 좀 그만 달았으면 좋겠다"는 원성이 커지고 있다.
야당발 현수막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송석준 의원은 찬성하십니까? 이천시 지역위원장 엄태준"이라는 내용이 써있고, 국민의힘 이천시당협에서 내건 여당발 현수막에는 "청년 꿈 짓밟은 더불어코인당"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천 A고교 앞 사거리는 A고와 인근 B중학교 학생들의 도보 통행이 가장 많은 곳. 학생들은 여야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 내용을 바라보면서 등하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갈산동 한 주민(61·여)은 "진짜 학생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나 봐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여기저기 붙어 있는 정당 현수막에 엄청난 짜증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치 현수막은 아무데나 내걸어도 법적 제약이 없어진 순간부터 차량통행이 빈번한 이천지역 사거리 주변을 거의 점령하다시피하고 있다. 도심 환경을 어지럽히는 흉물이 따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한하게도 중앙 정치권이 시끄러우면 일선 지역에서는 그 내용을 주제로 한 정치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이런 현수막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시민들이 짜증을 내건 말건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정치인들의 이기적인 생각, 도대체 언제쯤 바뀔까요?" 이천시민들의 한숨 소리만 커지고 있다.
이백상 기자(sm3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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