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안정당? 양당정치 종식? 존재감 사라진 진보정당, 살 길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안정당? 양당정치 종식? 존재감 사라진 진보정당, 살 길은?

[토론회] 안병진 "좌파 없으면 리버럴도 무력", 장혜영 "민주대연합론, 공감 못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존재감이 희미해진 진보정당 운동의 갈 길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과거 무상급식 사례처럼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정책의제를 제기할 능력을 갖추고 민주당계 정당과 긍정적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관계가 무너졌다는 진단이 제시됐다.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포괄적 대안정당', '민주대연합'이 아닌 '양당정치 종식 연합' 등의 제안도 나왔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31일 '정치유니온 세 번째 권력'이 주최한 '야당이 문제다' 토론회 발제에서 윤석열 정부의 특징을 "검찰 통치, 반(反)정치주의, 칼 슈미트적인 결단주의, 법과 질서 담론" 등으로 규정한 뒤 "이 행정부를 극복하려면 더 나은 가치와 도덕, 새로운 정치질서의 힘을 갖는 대안 노선과 세력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좌파(left)가 존재하지 않으면 자유주의는 줏대가 없고 활력이 사라진다. 자유주의(liberal)가 부재하면 좌파는 분파주의와 권위주의, 그리고 주변부로 전락한다"는 미국 정치학자 엘리 자레츠키의 주장을 인용한 뒤 "미국 정치는 이걸로 설명된다. 뉴딜,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위대한 진보의 시대, 68혁명 등에서 레프트와 리버럴은 상호작용하며 (정국을) 주도했고 오늘의 번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자레츠키의 이론은 한국에도 적용된다"며 "민주노동당이 무상급식 의제를 제기하고 민주당이 이를 주류의 의제로 수용한 사례가 있다. 민주노동당, 레프트가 살아있어서 리버럴(민주당)이 중심을 잡고 수용한 시대"라고 짚었다. 안 교수는 "그런데 그게 무너졌다. 지금 민주당에 줏대가 있나. 척추가 있나"라며 "반도체 정책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가 뭔지부터 시작해 '척추 없는' 행동이 반복되고 있다. 윤리 결핍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이어 "정의당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나"리며 "주변부로 전락 중이고 총선에서도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의당과 민주당이 혁신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지금은 정치질서 전반을 바꾸는 정당 체제 재편성 운동이 더 중요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포괄적 대안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에너지는 중도층과 진보층에 다 있다. '캐치 올 뉴 파티(Catch-All New Party)'라고 표현하는데,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정당을 1단계로 만들고 이 정당이 성공적 과제를 이룬다면 2단계 분화는 열려 있다"고 했다.

장혜영 "야당의 핵심 역할은 양당정치 종식"

또다른 발제자인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정치 전반에서 야당의 역할은 양당 정치 종식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두 당(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가치에 기반해 의제와 태도를 정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그 의제가 자당에 이익을 가져오는지 불이익을 가져오는지에 따라 입장을 정한다"며 "그것이 저희가 국회를 '의제의 무덤'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젠더 폭력이든 산재사망이든 전세사기든, 아무리 갈급한 문제여도 진영의 기득권에 기여하거나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한 양당 기득권 정치는 시민의 중요한 의제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현상의 이유에 대해 장 의원은 "지역구 중심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에서 사실상 모든 선거가 양자택일 구도로 치러지고, 필승 전략은 내가 잘 하는 것보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내가 부족해도 상대를 거악으로 만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오히려 상대가 거악일수록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대 진영의 결집력이 강해진다"고 진단했다.

장 의원은 독재에 맞서며 형성된 '거악 척결의 논리'가 독재의 종식으로 시효를 다한 뒤에도 승자독식 선거제도 하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진보정당을 향한 '민주대연합' 압박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며 "민주당이 민주대연합론을 적용해 선거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가져갔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사회의 진보로 이어지나"라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그렇지 않다는 걸 문재인 정부 이후, 민주당이 180석 이상 의석을 차지한 이후에 목격했다"며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해 자산 격차가 벌어졌고 '최저임금 1만원'은 실현되지 않았다 화석연료 가격에 연동한 에너지 가격, 전기요금 인상은 건드리지 않았다. 광화문 지하차도에서 전장연(전국장애인철폐연대)를 비롯한 수많은 단체가 광화문 지하차도 농성으로 얻어낸 탈시설 로드맵 공약은 정권 말기에 형식적으로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일각에서 '민주대연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왜 나오는지 공감할 수 없다"며 "지금 우리 사회의 복합위기를 풀어내려면 승자독식 반사이익 구조를 깨고 '잘하기 경쟁'으로 나갈 수 있는 다당제 구조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걸 위해 선거제 개혁 논의가 이뤄지지만, 힘을 가진 양당이 선의를 갖고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이제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양당정치 종식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31일 국회에서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이 주최한 '야당이 문제다' 토론회. ⓒ세번째 권력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