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군 함정이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부산에 입항했다. 정부는 국제관례를 언급하며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29일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한국, 미국 등과 해상훈련에 맞춰 자위함기를 들고 부산에 입항했다"고 보도했다. 자위함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의 일종으로 모양이 거의 동일하다.
이번에 입항한 함정은 호위함 하마기리함으로 오는 31일 한국이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데버 23'에 참가할 예정이다. 훈련은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진행되며 훈련 이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마라도함에 올라 참여 함정을 사열하게 되는데 여기에 해당 함정도 참여한다.
앞서 25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일 양국 정부가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의 호위함이 부산에 입항하는 것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옛 일본해군과 같은 일장기에서 방사로 선이 뻗은 욱일기 디자인이 1954년 자위대법 시행령에 채택됐다. 욱일의 디자인은 구 일본군뿐만 아니라 폭넓은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신문은 "입항이 성사되면 한국의 자위함기 대응이 국제규범에 따른 형태로 돌아가게 된다"며 "국제 규칙에 따르면 자위대를 포함한 군 함정은 국적을 나타내는 외부 표지를 게시할 필요가 있다. 자위대법은 자위대 함정에 제 역할을 하는 자위함기의 게양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자위함기 게양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를 받았던 한국 입장에서는 이를 상징하는 욱일기의 일종인 자위함기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더군다나 한국의 영해에서 나부끼는 것에 대해 적잖은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2018년 해군 국제관함식 당시에는 정부가 참가국에 공문을 보내 "자국기와 태극기만 게양해달라"며 욱일기 일종인 자위함기 게양을 원천적으로 배제했고, 이에 해상자위대는 관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도통신> 역시 이날 자위함기를 게양한 함정의 부산 입항을 보도하면서 "한국에서 욱일기는 침략의 상징이라며 거부감이 강해 문재인 전 정권은 게양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제관례를 언급하며 자위함기를 게양한 함정의 입항에 대해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25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통상적으로 그게(자위함기를 달고 들어오는 것) 국제적인 관례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위함기와 욱일기는 조금의 차이는 있긴 하다. 국방부는 통상 국제관례와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모든 PSI 회원국에 동등한 위치와 기준을 준용하게 될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외국 항에 함정이 입항할 때 그 나라 국기와 그 나라 군대 또는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다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건 전 세계적으로 아마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적인 사항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관함식에 군수지원함인 소양함을 보냈고 함정 대원들은 주최국 지도자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탑승한 대형 호위함 '이즈모'에 거수 경례했는데, 이 함정에는 자위함기도 있었다.
당시에도 국방부는 국제 관례를 언급헀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욱일기와 자위함기가 다른 깃발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국민적 감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면서도 "관함식 때 욱일기에 경례를 했다는 보도들이 많았는데 국제관함식에서 주최국 대표가 승선한 함정에 대해 경례하는 것은 일반적인 국제관례"라고 말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 각각 한국 해군이 주최한 국제관함식에 자위함기를 게양하고 참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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