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한미 양국이 한국의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비밀협의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수십만발의 포탄 이전을 추진 중이라며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는 러시아군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만들 것이며, 많은 국가들이 금지하고 있는 집속탄 공급 여부에 대한 우려스러운 결정을 백악관이 연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한미 간) 비밀 협의에 근거해 한국은 그 포탄들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고, 미국은 그 포탄들을 우크라이나로 보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백악관도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포탄이 어떻게 발사되고 있는지, 언제 이송이 완료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탄약 구입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협의해 왔다는 점은 인정했다"고 밝혀 한국의 155mm 포탄이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한국 정부가 이를 뒤집은 계기와 관련해 신문은 "한국의 탄약 공급에 대한 돌파구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서 한미 양국이 안보 문제에 대한 공동선언을 발표한 직후에 나온 것으로, 또 다른 유대 강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방문 전 4월 19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은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며 이미 무기 지원을 암시한 바 있다.
또 지난 4월 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를 통해 보도된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문건에서도 155mm 포탄 33만 발이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되는 내용이 포함됐고, 이후 그달 17일 MBC가 화물 차량 기사를 인용해 지난 3월 28일부터 155mm 포탄 운송이 시작됐다고 보도하면서 이미 무기 지원이 우회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보도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이후 나왔다. 이에 이미 우회 지원을 시작한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의 향방을 살펴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 실장은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할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크라이나가 불법 침략을 당했다. 추후 전황을 보고 다른 상황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은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에 지원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보다 훨씬 더 완화된 것으로, 대통령이 발언했던 조건을 사실상 없애고 자의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조 실장은 미국이나 폴란드를 통해 포탄을 우회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김 의원의 질문에 "폴란드를 통해 우회하는 것도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50만 발의 탄약이 이동했으며 10만 발은 도착 완료했고 폴란드로 패키지로 7만 발 가는 것이 있으며 추가로 33만 발을 유럽에 수송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목조목 따져 붇자 조 실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풍산 그룹이 포탄을 생산해 계약하는 것은 있지만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선 한미 간 협의는 하고 있다. 저희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말해 우회적 지원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월스트리스저널 보도 내용에 정확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에 재정적 또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 해오고 있다"며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전 대변인 역시 "미 국방부와 우리 업체 간에 어떤 탄약 수출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다만 그 세부적인 사항을 제가 일일이 확인해 드리거나 설명드리기는 좀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해 우회적인 지원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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