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다음주에 있을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오는 29~30일에 열릴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에서 오염수 배출 문제가 의제에 포함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질문에 "회의 통해서 이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4월 26일(현지시각) 피지 수도 수바에 위치한 태평양 도서국 포럼(Pacific Islands Forum·PIF) 사무국에서 취재진과 만난 헨리 푸나(Henry Puna) PIF 사무총장은 오염수 문제에 대해 "이번 한-태평양 도서국가 정상회의 계기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양측이 오염수 문제를 논의하더라도 공동으로 일본에 대응하는 입장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PIF의 경우 지난 2월 후쿠시마 시찰을 다녀온 이후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묵인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 PIF와 공동 전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질문에 "사실은 저희가 자료 협조하려고 접촉도 해보고 했는데 (PIF 시찰단이) 일본에 다녀온 다음부터 썩 협조가 잘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PIF 국가 정상들이 올해 2월 일본에 시찰 명목으로 방문한 이후로 태도가 바뀌었다. 그 전에는 (오염수 방류에) 굉장히 반대하다가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는데 아마도 자이카(JICA, 일본 국제협력기구)라든가 이런 것을 통한 추가적인 이야기들이 있지 않았을까 예측된다"라고 진단했다.
자이카는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한 경제·사회 협력기구로, 한국의 코이카(KOICA)와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개발도상국과 기술 협력, 무상 자금 지원, 개발협력 등을 통해 해당 국가의 경제 및 사회적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주된 기능인데, 상대적으로 경제적 상황이 열악한 PIF 소속 국가들이 이러한 분야에서 일본의 도움을 얻기 위해 오염수 방류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해수 오염방지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가 오염수 방류 문제를 국제협약인 런던의정서 내에서 논의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런던의정서 위반임을 지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정부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학적인 정보와 의견 교환이 해양 환경 보호 측면에서 필요하고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오염수 문제를 논의했는지에 대해 박 장관은 "의제로 논의한 건 아니고, 대통령이 우리 시찰단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일본 측에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22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해당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박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전했다고 밝혀 다소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중국의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와 이에 따른 한국 기업의 추후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이 심각한 보안 문제 때문에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중국의 중요한 정보 시설 운영자는 해당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를 대체하기 위해 삼성이나 SK 하이닉스 등 한국산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에 대해 한국에 반도체를 판매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2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마이크론의 공백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메우지 않도록 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보도가 사실이냐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박 장관은 "저희(외교부)가 (미국의) 직접 요청을 받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하 의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이나 SK 하이닉스가 수출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것"이라며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핵심 국익으로, 반드시 지킨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미국의 압박을 감수하고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한국도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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