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과 한덕수 국무총리,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 정부 인사들은 7000여 명의 시민과 함께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이 남긴 정치개혁의 유업을 완수하는 것이 제가 풀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유업이었던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김 의장은 "선거를 앞둔 여야가 목전의 유불리를 고심하다 이번에도 정치개혁에 실패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권력의 절반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꼭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대통령님의 간절한 그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진영정치와 팬덤정치를 넘어 우리 정치를 능력 있는 민주주의로 바로 세우겠다"면서 "대통령님께서 저 하늘에서 활짝 웃으시며 '야, 기분 좋다' 하실 수 있도록 간절하게, 온 정성으로 정치개혁의 유업을 이루겠다"라고 했다.
참여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낸 한 총리는 추도사 낭독 전 참석자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추도사를 읊는 도중에도 참석자들은 "내려와" 등 고함을 질렀다.
한 총리는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역임한 저는 대통령님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아직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을 선언하던 대통령님의 모습을 되새기게 된다. '도전하지 않으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FTA는 바로 그 도전'이라고 역설하던 모습이 엊그제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이어 "가장 먼저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한 차원 높은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던 대통령님 말씀처럼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에 불을 지피며 평화와 공존의 새 질서 구축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현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 작업 등을 통해 참여정부를 계승한다고 의미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별도 공개 발언 없이 추도식 참여 후 묘역에서 참배를 마쳤다.
추도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 사저 마당에서는 별도 행사가 진행됐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인사 10여 명이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이 준비한 오찬을 함께했다.
권 이사장은 이 대표에게 무궁화 접시 도자기와 책 <일본 군부의 독도침탈사>, 노 전 대통령이 집필한 <진보의 미래> 등을 선물로 건넸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권 이사장의 선물에 대해 "독도가 우리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선물하신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봉하마을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가 다시 퇴행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셨던 역사의 진보도 잠시 멈췄거나 또 과거로 일시 후퇴하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 이 안타까운 현실 속에 노무현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이 훨씬 큰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향해서 깨어 있는 시민들과 함께 조직된 힘으로 뚜벅뚜벅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함께 봉하마을을 찾은 박광온 원내대표는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겸손과 무한책임이라는 '노무현의 유산'을 잃어가고 있다"며 "높은 도덕성은 민주당의 정체성이다. 엄격한 잣대로 '자기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추도식 참석 의미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생각과 철학을 달리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고 존중을 표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늘 오전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더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확신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추도식에 추모 화환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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