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한 이른바 '제로 칼로리'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가 장기적으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랜 기간 섭취 땐 당뇨 및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각) WHO는 비당류감미료(non-sugar sweeteners·NSS)에 대한 새 지침에서 체중 조절 혹은 비전염성 질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WHO는 연구 결과 비당류감미료가 아동이나 성인의 체지방 감소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장기간 섭취 땐 2형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 성인 조기 사망 위험 증가 등 잠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권고엔 제조된 식음료에 들어 있거나 소비자가 식음료에 첨가하기 위해 구매하는 모든 합성·자연·변형 비영양성 감미료가 포함된다. WHO는 대표적 비당류감미료로 아세설팜 K·아스파탐·어드밴타임·사이클라메이트·네오탐·사카린·수크랄로스·스테비아 등을 들었다. 권고는 기존 당뇨 환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단 치약·의약품 등 비당류감미료가 함유된 위생용품은 이번 권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비당류감미료가 함유되지 않은 저열량 설탕 및 당알코올(폴리올)도 권고 대상에서 빠졌다. 설탕 대체제로 널리 활용되는 당알코올에는 자일리톨·소르비톨 등이 포함된다.
다만 WHO는 연구 참여자의 특성과 비당류감미료 사용 양상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이번 권고는 일단 "잠정적"이라며 이 권고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 정책 결정은 연령대별 사용 범위 등 각국의 맥락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란체스코 브란카 WHO 영양·식품 안전 국장은 비당류감미료 섭취가 "장기적으로 체중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당분 섭취를 줄이고자 한다면 "과일과 같이 자연 발생 당분이 포함된 음식이나 무가당 식품 및 음료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감미료엔 아무런 영양 가치가 없다"며 "건강 증진을 위해 젊을 때부터 식단의 단맛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는 즉시 반발했다. 국제감미료협회(ISA)는 성명을 내 "저열량 및 무열량 감미료가 체중 조절, 치아 건강 및 당뇨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점은 과학적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돼 왔다"며 WHO 지침이 비당류감미료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ABC 방송은 미 식품의약국(FDA) 등이 대부분의 인공감미료를 안전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 감미료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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