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경청회가 막을 내렸다. 경청회는 찬·반 양측의 격렬한 고성과 욕설로 얼룩졌고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등을 돌렸다.
제주도는 13일 오후 3시 제주시 연동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 4차 도민경청회를 열었다. 제주도가 보다 더 신중한 도민 여론 수렴을 위해 네번째 경청회 자리를 마련했으나 찬·반 양측은 한치의 양보 없는 평행성을 달렸다.
경청회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연구 용역을 진행한 포스코 이엔씨 관계자의 제주 제2공항 기본 계획안 설명에 이어 찬성과 반대 측 대표 의견, 플로어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첫 토론에 나선 김현주 제주생태관광협회 팀장은 제주의 미래와 제2공항이 가져올 도민 갈등과 분열, 환경 파괴, 수용 능력의 한계 등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팀장은 "제주 제2공항의 문제는 찬성과 반대로 바라봐야 될 문제는 아니"라면서 "무엇이 진정 제주의 미래인지 제주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것은 누가 만들어 가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 시대에서 이 섬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제주도가 겪게 될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수온 상승은 너무나도 빠르고 지하수는 고갈되고, 하수 처리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고, 넘쳐나는 쓰레기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부가 제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도 조류 충돌 위험, 동굴과 숨골 문제를 집중 부각했다.
김 팀장은 "공항에서 3km 안에는 신산리, 온평리, 난산리, 신양리, 수산리가 포함돼 있다. 또 8km 이내에는 조류 보호 구역을 둘 수 없게 돼 있다"며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한 전력 환경영향평가서를 살펴보면 이러한 철새 도래지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나온 위험성 평가를 살펴보면 제2공항 후보지 주변에서 발견된 조류 172종 중 39종만 충돌 위험성 평가에 포함시켜 조사가 됐다. 그러나 떼까마귀와 백로류, 가마우지류, 맹금류 등 성산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새들은 위험성 평가에서 제외됐다"며 "국토부는 철새 도래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대신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조작했다"고 했다.
그는 국내 공항에서 항공기와 조류 충돌 사례에 비춰 볼 때 "그 종이 확인된 새는 12%에 불과하고, 종이 확인된 새는 11%에 불과하다"며 "항공기와 사고가 났던 10종의 새 중 89종은 어떤 새 인지조차 모른다. 이 기준을 가지고 제주 제2공항 조류 충돌 심각성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제2공항 예정지 주변의 숨골과 동굴 문제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김 팀장은 "성산 지역의 용암은 빌레 용암, 파호이, 호이 용암이다. 이 암반의 특성상 보통 형성되는 클린거층은 12m를 넘지 않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발견된 클린거층은 지하 화산함 사이에 최대 9.6m 두께의 클림커층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5m에서 9.6m에 이르는 클린터칭은 용암 동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클링커는 용암이 흐르는 과정에서 부서진 표면을 말한다.
그는 성산 지역에 분포된 숨골에 대해 "숨골을 막아버린다면 공항 부지 위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지하수의 흐름까지 막아버리게 되고 결국 제주 도민들의 유일한 수자원인 지하수의 수맥이 끊어진다"고 강조했다.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제주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회 조승철 대표는 제주 제2공항 건설로 인한 도민 이익과 관광산업 활성화, 지역 균형 발전, 항공교통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피력했다.
조 대표는 "현재 제주공항은 포화와 혼잡으로 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관광객과 제주도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제주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며 "현재 제주공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이용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라고 했다.
그는 현재 제주 공항의 수용 능력에 대해 "제주공항은 현재 98% 이용률과 지연율 또한 2만 4천여에 달한다. 제주공항의 이용객은 2019년 3천131만 명으로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 중 최초로 3만 3천만 명을 돌파한 공항이다"라며 "2019년 아태 지역 중형 공항 중 제주공항은 이미 포화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제주 제2공항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외국과의 교역이 흑자를 내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지금까지 관광지수는 항상 마이너스였다. 제주도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제주 지역 항공교통 인프라 확충이 무엇보다도 먼저 해결돼야 한다. 이게 해결되면 우리나라도 충분한 관광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제2공항 건설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해 "제2공항 신설로 인해 1차 산업과 관광산업, 미래 산업을 융복합 하면 제주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제2공항 건설 예산만 해도 6조 6477억 원의 규모"라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생산 유발 효과는 3조 9619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 7960억 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고용 효과는 5만 4141명, 취업 유발 효과는 3만 9천794명 등이 부가적 효과로 추산되고 있다"며 "제주 제2공항은 국가의 균형 발전과 제주도의 동부 서부 지역 간의 균형 발전을 위하고 제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은 자리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제2공항 건설에 따른 이익이 지역 주민에게 환원되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운영권에 참여해야 된다"면서 "제2공항이 들어설 경우 면세점 운영과 주변 상업시설 개발에 제주도와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활로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경청회는 진행 도중 찬·반 양측에 대한 고성과 욕설에 더해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극심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향후 제 2공항 건설 기본계획 수립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와 제주도의 입장, 환경영향평가 심의, 제주도 의회 의결 등 산적한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극심한 찬·반 갈등이 도민 의견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제주도는 도민경청회에서 발표된 의견과 이달 말까지 접수된 도민 의견을 종합해 다음 달 국토부에 공식 의견으로 제출한다. 국토부는 제주도에서 제출된 도민 의견을 각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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