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8일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놓고 한일 정부가 조율 중이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성사되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공조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의 답방 일정과 관련해 "확정이 되면 양국에서 공동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들이 오는 7~8일에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이 확정적이라고 잇달아 보도한 데 대한 입장이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성사되면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셔틀 외교' 복원의 첫 걸음이 될 전망이다.
일본 총리의 방한은 지난 2018년 2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차 방문한 이후 5년 만이다. 셔틀 외교 차원의 방한은 2011년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 이후 12년 7개월 만이다.
기시다 총리의 답방은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공조 강화를 대내외에 천명하려는 정지작업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3월 16일), 한미 정상회담(4월 26일)에 이어 기시다 총리의 답방까지 한달 간격으로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셈이다. 북핵 위협에 맞선 한미일 군사 공조 강화와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 등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재편에 한국 정부가 빠르게 흡수되는 모양새다.
당초 6월경으로 예상됐던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앞당겨진 배경에 미국의 막후 영향력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한미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대승적 조치를 환영한다"고 했고, 일본은 이틀 뒤인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 재지정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5월 초순 한국을 방문하는 배경에는 동맹국인 미국이 중시하는 한일 결속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미국의 의향도 방한의 큰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방한 일정이 당겨진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기 때문에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당연히 외교적으로 생각해 볼 순서"라며 "빨라진 부분이 있다면 아마 일본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나 신속성에 대해서 다시 평가한 것이 있지 않나"고 했다.
이처럼 가파르게 진행되는 한미일 공조 강화의 마지막 퍼즐은 한일 관계 개선이지만,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일제시대 강제동원 해법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기시다 총리는 3월 한일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혔으나, 과거사 문제에 관한 사죄나 반성에 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 내부에도 '과거사 사죄 불가론'이 강경해 보수파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강제동원과 위안부 등의 문제에서 한국 여론을 다독일만한 반성의 메시지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YTN '더뉴스' 인터뷰에서 "한일관계가 정상화됐기 때문에 이제는 그에 따라서 한국에 도움이 되는,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일본이 해야 된다"고 기시다 총리의 상응 조치를 기대했다.
다만 조 실장은 "과거의 일도 있겠지만 현재와 미래의 일도 있다.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민들께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니까 이런 좋은 일도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미래지향성에 초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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