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첫 회의부터 파행을 맞은 가운데, 노동계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 목표 1만2000원 달성을 위해 공동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대노총과 청년유니온,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40여 개 단체는 2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40% 넘게 인상된 가스요금, 20% 넘게 인상된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 폭등과 생활물가 인상이 일반적으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며 "1만2000원의 시급은 결코 높은 금액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물가가 폭등해 그에 따른 실질 임금 저하"가 발생했다며 지금 수준의 최저임금으로는 취약 노동자가 "생계 부담을 덜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고용주들은 최저임금을 주기 싫어 업종별 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고, 초단시간 노동자를 무분별하게 양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운동본부는 "국내 물가폭등 시기와 노동자 실질임금 저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의 하나로 최저임금 무력화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저지하고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아울러 최저임금의 사각지대가 없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장애인, 주15시간미만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게 최저임금은 생존을 위한 생명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유 없는 최저임금 적용 차별을 받고 있다"며 "더는 이러한 적용 사각지대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한편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시도하는 현 정부 행태를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려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 목적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최저임금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적정임금이자 기본권이며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라며 "노동자·시민이 함께 연대해 이 땅의 모든 노동자와 국민이 꿈꾸는 완전고용과 적정임금이 보장되는 평등세상을 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가 잡은 내년도 최저임금 목표액인 시간당 1만2000원은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2380원(24.7%) 인상된 금액이다. 경영계는 아직 공식 요구안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과거사례에 비추어 볼 때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위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올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도 최저임금은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하는 첫 심의인만큼, 현 정부의 노동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주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노동시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노동계가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중립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미 지난 18일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시작부터 파행을 맞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을 설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최임위의 중립적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간사를 맡자 이에 노동계가 반발했다. 그 대응으로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9명이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관련기사 : 최임 심의 첫날부터 '파행'…노동계 "주 69시간 설계 공익위원 사퇴해야")
운동본부도 출범선언문을 통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중립성을 문제 삼았다. 운동본부는 "정부는 공정성을 상실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앉히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심의 진행으로 (최임위를) 정쟁의 존재로 삼고 있지 않은가"라며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