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지난 20일 미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한 인터뷰에서 한일관계와 관련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이 때아닌 '주어' 논란을 낳고 있다.
국민의힘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현의 주체, 즉 '주어'는 윤 대통령이 아닌 일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오후 논평에서 "오늘 일부 언론에서 윤 대통령의 WP 인터뷰 내용에 대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일본이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며 "그러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국어 인터뷰를 보면 윤 대통령은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 해당 문장은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도 "한글 원문을 보면 주어가 빠져 있다. 이것으로 인해서 해석에서 영어 번역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게 번역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전체 문맥 취지를 보면 이것은 대통령이 반드시 그것 때문에 무조건 안 된다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과거의 역사를 가지고 끊임없이 무릎 꿇어라, 사과하라, 이렇게만 요구하면 일본에서도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에 수많은 사과 발언이 있었던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한일관계를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그런 원인으로밖에 안 되니, 그러면 그걸 어쨌든 내가 반드시 해결해 나가겠다, 결단을 해야겠다, 그러니까 그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일본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결단을 한 것이다, 이 내용으로 받아들이시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전날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이 국내 기자들에게 제공한 한국어 인터뷰 원문 발언을 토대로 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해당 부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 원문은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윤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WP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 쓴 글에서 해당 인터뷰의 녹음파일을 다시 체크했다면서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 원문을 공개했다.
해당 기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꿇어라라고 하는 이것은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발언 원문과 비교하면, '저는'이라는 말이 추가로 들어가 있다.
야당은 공세를 강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해당 기자의 SNS를 인용하며 "'저는'이 주어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안보 관련해서는 당연히 초당적 협력이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국민을 존중할 때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 국민들 독해력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이는) 옳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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