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자진 탈당 및 조기 귀국 결정에도 민주당 안팎에서 당 차원의 '돈봉투 의혹' 진상 조사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송 전 대표를 비롯한 윤관석·이성만 등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의원들이 여전히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그러나 "아직 방침이 바뀐 것은 없다"며 신중론 기조를 유지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송 전 대표가) 탈당했기 때문에 한숨을 돌린다고 한다면 그건 꼬리 자르기 아니냐"면서 "탈당했다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로 그대로 남아 있는 건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돈 봉투' 사건의 진실은 뭔지 돈은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전했고 그 돈은 어떻게 모아졌는지 이런 것들이 밝혀져야 되는데 하나도 안 밝혀졌다"며 "그거(조사)를 미리 포기하는 것은 지도부의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정을 얼마전까지 집권했던 정치 세력었고 이제 야당으로서 국회의 제1당 아니냐"며 "이런 당이 정작 자기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손 놓고 있다면 신뢰와 지지를 보내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해당 의원들도 이실직고, 자기 고백을 해야 한다. 진실이 밝혀질 텐데 그때 가서 책임을 지고 어쩌고저쩌고 하면 너무 궁색하지 않겠느냐"며 양심 고백을 촉구했다.
신정훈 의원도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신정훈 국회의원은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면서 "명단에 올라 있는 의원들도 모두 저처럼 사실을 밝혀야 한다. 받지 않았다면 받지 않았다고, 받았다면 받았다고,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이소영 의원도 '169명 의원을 전수조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그러나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 내 조사 기구 설치가 어렵다는) 방침이 아직 바뀐 것은 없다"면서 "실체가 확인되는 대로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다만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통해 상황들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당내에서 여러 의견과 우려도 있다는 사실은 지도부도 잘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자체 조사에 한계도 있을뿐더러 '셀프 조치'라고 하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고, 내용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며 "또 말 맞추기라든지 이런 얘기도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민주당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24일 오후 3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으로,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23일 프랑스 출국 전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들어간다"면서 "(한국에) 가서 잘 보겠다. 다시 차분하게 사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 귀국 이후 공식 회의 소집 계획에 대해 "오후 4시 고위전략회의가 원래 정기적으로 있으니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면 거기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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