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를 국민적 공감대, 심지어 국회의 동의도 없이 대통령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 가능성 발언을 당장 공식 철회하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일 정상회담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면서 "우리 헌법은 안전보장 및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 국군의 외국 파견 등은 국회 비준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익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그동안 우리가 물자와 인도적 지원 원칙을 고수한 이유는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에 놓고 외교적·경제적 실리를 철저히 따진 결정에 기반한 것"이라며 "이 원칙을 하루아침에 허물어버린 윤 대통령 발언은 사실상 '제3국 전쟁 관여도 가능하다'는 말과 같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전에 공식화했어야 할 것은 군사 지원 가능성 시사가 아니라 분명한 불가 원칙 고수여야 했다"며 "이미 우리 국민은 동맹국 미국의 도청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는데, 윤 대통령은 회담 시작도 전에 또다시 미국 요구를 그대로 따르며 스스로 운신의 폭만 좁혀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빈 대접에 화답하느라 미국이 원하는 선물만 한 보따리 안길 셈이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적 지원이 시작되면 당장 우리 기업부터 직격탄을 맞게 된다. 러시아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만 현대차, LG전자, 삼성전자, 팔도 등 160여 개가 넘는다"며 "외교 안보 문제일수록 제발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고 거듭 촉구했건만,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는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고 했다.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러시아로부터 적국으로 간주돼 우리나라 안보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분쟁 지역, 특히 적대국을 만들 수 있는 이런 경우는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았다"면서 "한국은 지금까지 적대국을 안 만드는 외교정책을 써 왔는데, (윤석열 정부가) 진영과 가치 논리에 의해서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외교를 해서는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무기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언급한 3가지 사항(민간에 대한 대규모 공격, 대량 학살, 전쟁법 위반)은 이미 충족한 상황이라며 "이 조건으로 한다면 지금 당장도 살상무기를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건데, 대통령실은 도대체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당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도대체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는 외교·안보 문제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놨다"면서 "정말 우리를 화염의 구렁텅이로 넣을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무슨 UN 사무총장인가?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그러면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와 평안, 국익을 위해서 지금 (정책을 펴야 하는데) UN 사무총장으로 가서 출마를 할 거 직책을 잘못 맡으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고, 외신은 이를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대서특필했다. 러시아 측은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 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면서 한·러 양국 관계 악화 및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실력 행사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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