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러시아 양자 관계에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인도적 지원 등 '비살상 물자 지원'에 국한했던 정부의 원칙 변경과 함께 155밀리미터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미국에 제공하는 '우회 지원' 방식도 넘어선 것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한미 동맹 일변도의 외교 정책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포위 전략에 빠르게 흡수되는 모양새다.
대규모 민간인 공격이나 학살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윤 대통령은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 전황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제공을 하면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만약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적 협력관계를 재개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볼 것인가. 기쁘다고 할 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경제 보복을 비롯해 북한과 군사협력 관계를 더욱 밀착해 한반도 안보 환경에 위협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됐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협력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어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도 더욱 확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갈등에 대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중국을 자극했다.
지난 2월 박진 외교부 장관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했을 때에도 중국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부용치훼(不容置喙.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과 러시아 봉쇄에 주력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승한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반대급부로 얻어낼지는 미지수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번 방미의 주요 키워드를 "공급망", "첨단과학기술", "첨단기업 투자 유치"라며 "이번 순방의 경제 외교의 의미는 한 마디로 첨단기술동맹의 강화"라고 했다.
최 수석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인 대통령과 함께 경제 중심의 정상 외교를 현장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도모하는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 기업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 내 투자 제한 등 보조금 신청 조건을 까다롭게 한 반도체지원법(CSA) 등에서 윤 대통령이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최 수석은 "한미 정상 간 이해와 협력 의지가 강하다"며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가 크지 않은 방향으로 운영돼 왔고 정상회담에서도 큰 틀에서 포괄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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