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논의가 첫 회의부터 파행을 빚었다.
'주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노동시간 개편안을 설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최임위의 중립적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간사를 맡아 이에 노동계가 반발하자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9명이 불참했다.
최임위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하는 최임위에는 노동자·사용자위원과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이 각각 9명씩 총 27명 참여해 심의를 진행한다.
이날 첫 회의에 예정 시각이 되었지만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9명은 예정 시각이 지나도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익위원 9인은 노동자위원이 아닌 양대 노총 조합원 일부가 회의장에 들어와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 설계에 참여한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참석을 거부했다.
노동자위원 9인은 박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해 최임위를 개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50분이 지나도록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노동자위원 측은 회의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전원 퇴장했다.
노동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노동자들의 의사전달 기회조차 박탈하고 최저임금위원장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데 대해 상당히 안타깝다"며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데 대해 엄정 항의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첫 회의부터 위원장, 공익위원들이 입장도 거부한채 회의를 무산시킨 것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차기 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은 이날 최임위 회의에 앞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도 양대 노총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교수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이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내놓고, 둘 간의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그 범위 내에서 수정안 제출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정안을 놓고도 노사 양자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의 단일안(최저임금 금액)을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렇듯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익위원들은 정부가 임명한다. 본래 최저임금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구지만 공익위원들은 정부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정부 입맛에 맞는 어용교수가 저임금 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을 마음대로 결정하도록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도 "2020년, 2021년 역대 최저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한 이가 바로 권순원 공익위원"이라며 권 위원을 "주69시간제를 노동개혁이라고 내놓고, 윤석열 정부의 맞춤형 노동개악을 주도한 자"라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