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라고들 하는데, 틀린 말 같다. 밖은 아직도 차고 깜깜하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기억·약속·책임'을 주제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진행된 한 기억식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눈물이 흘렀다.
16일 오후 3시께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기억식에는 유가족과 세월호 관계자를 비롯한 시민 등 1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억식은 △개식 선언 △희생자에 대한 묵념 △추도사 △기억합창 △10주기를 준비하는 약속과 다짐 낭독 △기억영상 △기억편지 △기억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기억식은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은 물론,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짐의 자리로써 마련됐다.
약 40여 초간의 묵념 이후 이어진 추도사에서는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이민근 안산시장 △김광준 4·16 재단 이사장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이 단상에 섰다.
조 장관은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그날이 오늘로 아홉해 째 됐다. 희망과 꿈을 찾기 위한 짧은 여정을 마치지 못한 채 9년 전 그날 사랑하는 가족 곁을 떠난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명복을 빈다"며 "세월호 참사가 남긴 가슴아픈 희생과 조언을 되새겨 더이상 두려움과 슬픔의 바다가 아닌 안전한 바다가 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산 화랑유원지가 그날의 아픔과 교훈을 함께 기억하고 시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더불어 목포에 건립 예정인 세월호 생명기억관도 기억과 추모 기능을 갖추도록 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해양안전문화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출장 중인 김동연 지사를 대신해 추모사를 낭독한 염태영 부지사는 "그 참사를 기억하는 우리 감정을 단 하나 꼽자면 304명의 무고한 희생을 막지 못한, 유가족께서 같은 외침을 반복하게 하는 '부끄러움'"이라며 "참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회의 품격이 드러난다. 진상규명과 책임 소재 가리기야 말로 상처를 입은 모든 이를 치유하는 첫걸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 부지사는 화랑유원지 내 조성 예정인 '416 생명안전공원'을 뉴욕 메모리얼파크에 빗대 '애도와 위로, 공감과 연대의 정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며 차질없이 준공될 수 있도록 도가 적극 나설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지만, 여전히 안타깝고 견딜 수 없는 슬픔으로 마음 한 켠이 먹먹하고 무겁기만 하다"며 "하늘의 별로 영원히 빛날 모든 희생자분들의 평안과 명복을 두 손 모아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세상은 아픔도, 상처도, 위험도 없는 안전한 세상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안전한 교육 환경 속에서 교육활동에 모든 힘을 쏟을 때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며 "4·16민주시민교육원을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발전시켜 기본을 바로 세우고 기초를 단단하게 다져 안전한 미래사회를 향한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추도사에서는 정부에 대한 유가족의 강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작 세월호 참사에 책임있는 인물 등은 당연히 참석해서 추모해야 함에도 오늘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 국민들이 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참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함에도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해 결국 지난해 10월 159명의 젊은 생명들이 희생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또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9년간 유가족이 외쳤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노력을 허망하고 참담하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멈추지 않고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세월호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도사 이후 이어진 합창식에서 416합창단 및 시민합창단은 희생자 304명의 명단을 들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합창하기도 했다.
이어 참사 희생자 이영만 학생의 형 이영수 씨가 편지를 낭독하며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는데, 적어도 내가 보기엔 오주 틀린 말 같다. 시간이 갈수록 잊혀가는 것 같아 무섭다"며 "너한테 한 약속들이, 9년 동안의 다짐이 모두한테서 희미해지는 것 같아 무섭다. 살아있을 때는 억지로라도 못했던 말을 이제야 한다. 사랑하고 많이 보고싶다"고 전하자 참석자들은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기억식은 오후 4시 16분께 안산 전역에 1분여 간 퍼진 사이렌 소리에 맞춰 종료됐다.
한편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경기 안산시를 비롯해 인천과 전남 목포·진도 및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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