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보궐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 폭발물을 투척한 용의자의 집을 수색해 화약 추정 물체 등을 압수했다. 습격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일본 NHK 방송은 16일 오전 경찰이 전날 기시다 총리에게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던진 뒤 현장에서 체포된 기무라 류지(24)의 효고현 가와니시시 자택을 수색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경찰이 기무라의 집에서 화약으로 보이는 물체 및 컴퓨터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집에 추가 폭발물이 남아 있을 가능성 탓에 이웃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하기도 했다.
전날 오전 11시30분께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 어시장에서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기시다 총리가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총리 바로 근처로 돌연 은색 원통 모양 물체가 날아 들었다. 총리는 황급히 몸을 피했고 폭발물 추정 물체를 투척한 용의자는 주변 어부 등에 의해 곧바로 제압됐다. 물체가 낙하한 지 50초가량이 지난 뒤 연기와 함께 폭발음이 들렸다. 경찰 1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 외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용의자는 위력 업무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기시다 총리는 15일 사건 뒤에도 와카야마 유세 일정을 진행한 뒤 저녁께 총리 관저로 복귀했다. 23일 지방선거 및 참·중의원 보궐선거를 앞둔 일본 각지에선 활발한 선거운동이 벌어지는 중이다.
경찰이 습격 동기를 조사 중인 가운데, 용의자는 변호사가 올 때까지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NHK가 전했다.
경찰은 현장 수색도 이어갔다. NHK는 수사관들의 말을 인용해 현장에서 폭발물로 보이는 두 개의 물체가 발견됐으며 이 중 하나는 현장에서 폭발했고 다른 하나는 용의자가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수사관들은 용의자가 던진 물체가 쇠파이프를 이용해 제조한 폭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구조를 분석 중이다.
일본 <교도> 통신은 용의자가 당시 칼도 소지하고 있었다고 16일 수사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용의자가 현장 상황에 따라 폭발물 이외의 흉기로 총리를 습격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기시다 총리는 16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에서 폭력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규탄했다. 그는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의 경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피격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일본 사회에 다시금 충격을 줬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벌이던 도중 총에 맞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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