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피란민들의 슬픔을 달래주었던 역사적 교량인 옛 영도대교가 철거 후 13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전시관 건립이 무산된 이후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했으나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13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금정구 오륜동인조잔디구장 뒤편 공터에 옛 영도대교 부재들과 철재들이 파란 천막에 덮인채로 방치되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된 것을 증명하듯 천막은 빛이 바랬거나 곳곳이 찢어져 철재 구조물들이 드러나 있었다. 일부는 심하게 녹슬어 있기도 했다. 영도대교 다리를 들어 올리던 중요 부품은 배수장 창고에 따로 보관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부산시는 옛 영도대교를 철거하면서 전시관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13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옛 영도대교는 지난 2009년 완공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교통영향평가에 따라 늘어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 위해 철거 후 현재의 영도대교가 세워졌다.
이 과정에서 옛 영도대교는 시 문화재로 지정됐고 시공사인 롯데 측이 영도대교 전시관을 건립하는 조건으로 문화재 현상 변경이 승인됐다. 그러나 롯데 측은 약 90억원에 달하는 전시관 건립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하기에 이른다.
결국 부산시가 전시관 건립비를 부담하게 됐고 철거된 옛 영도대교는 현재 위치에 방치됐고 시 도로계획과는 영도대교 전시관 사업을 교량 박물관 건립으로 바꿔 지난 2014년부터 관련 용역비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시는 노선을 틀어 문화체육구에서 실시하려는 부산 1부두 활용 용역 계획에 옛 영도대교 전시관 등을 포함시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려 했으나 이것 또한 지난해 예산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좌초됐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피란수도 부산을 유네스코 등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면 관련 유산인 영도대교와 같은 유산의 체계적 복원 등과 같이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시민들 모금 형식으로 해도 충분히 자발적으로 참여할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34년 11월 개통된 옛 영도대교는 동양최초이며 국내 유일의 도개식 교량으로 6·25전쟁의 이산과 실향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근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자산이자 문화재로 꼽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