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밀 문건 유출과 관련,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해 대부분 사실이라고 했음에도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이를 "위조"라고 밝힌 데 대해 외교부는 어떤 부분이 위조인지는 확인한 바 없다며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에 김 1차장과 대통령실이 성급하게 사안을 마무리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금은 사실 확인이 제일 중요한 시점이다. 문건들의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어떻게 이것이 퍼지게 됐는지 등 관계 기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이 협의하고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미 김 1차장이 "상당수가 위조"라고 밝혔는데 외교부에서 조사 중이라고 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조사 중인데 (김 차장이) 위조라고 말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고 이에 박 장관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기 때문에"라며 얼버무렸다.
그러자 이 의원은 "그럼 장관이 조사 중이라고 말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위조인지 장관은 모르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박 장관은 "구체적으로 저희가 확인한 바는 없다"고 답했다.
김 1차장의 언급과 함께 대통령실이 "문서 내용은 거짓이고 감청을 당한 사실은 없다"며 이미 사실 관계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을 두고, 여당에서도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뉴욕타임스>에서 미 국방 관리들이 문건의 내용이 대부분 진실이라고 했고 존 커비 미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그 중 일부가 조작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실은 상당수가 위조라고 하고 있다. 그럼 상식적으로 어느 부분이 진실인지 밝혀야 하지 않나. 이런 판단이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실의 발표를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문건의 왜곡 여부가 아니고 불법 감청 여부가 중요한 것 아닌가. 미국이 불법 감청을 했는지 진상규명 해야하는데 대통령실은 감청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한다"라며 "미국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성급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 같다"라며 "비공식적으로라도 기밀 문건에 대해 내용의 진위를 요구하고 진상규명해야 한다. 진실이라면 당당히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강조하고 있지 않나"라며 대통령실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번 건 역시 사실 결과에 따라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외신에서 도·감청을 당한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축소시키려 한다며 이례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데 대해 박 장관은 "(정부가 축소시키려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언제 해당 사실을 전달받았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다른 부처에서 보고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라며 "저는 지난 주말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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