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대권 주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를 만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등 한국 기업과 관련된 현안에 관한 협조를 구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 중 하나인 IRA 등 한미간 핵심 경제 현안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라는 게 경기도 측의 설명이다.
IRA에는 미국이 현지 조립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받도록 돼 있다. 이때문에 미국에 투자한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에도 발등이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경기도 화성에는 기아 오토랜드에 전기차 전용 공장이 세워질 예정이다.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 예정인 현대차 등이 한국 등 미국 역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제는 방미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외교'에서도 핵심 이슈다.
김 지사는 미시간주 앤아버에 위치한 현대·기아차미국기술연구소(HATCI)를 둘러본 후 존 롭 소장, 주재원 등과 간담회를 갖고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진출 상황,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IRA)' 대응 등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를 포함해 관계자들에게 협조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주지사 사무실에서 휘트머 주지사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경기도와 미시간주의 '혁신동맹' 추진에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면담 뒤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동맹의 시너지를 확신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미국 모빌리티 산업의 심장인 미시간주와 경기도가 혁신동맹을 강화하는 방법을 논의했다"며 "혁신동맹 강화의 일환으로 전기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기도 내 한국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993년 미시간대학교에서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는 등, 미시간주와 인연이 깊다. 김 지사는 "휘트머 주지사는 자신이 입은 청색과 노란색 옷을 가리키며 일부러 제가 다닌 학교 색깔 옷을 입었다고 성의 표시를 해주셨다"고도 말했다.
김 지사는 "휘트머 주지사는 이번 여름 미시간대학으로 가는 경기도 청년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주지사에게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태 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끝으로 휘트머 주지사를 경기도에 초대했고, 이에 흔쾌히 응했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인 이번 방미 과정에서 경기도정 야당 파트너인 국민의힘 남경순 경기도의회 부의장을 대동했다. 김 지사는 미시간대학교 M(미시간)city 자율주행 시험장 등 첨단기술 개발 현장을 찾아 남경순 부의장과 함께 헨리 리우 센터장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시승하고 기술 개발현황을 체험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오늘 경험을 토대로 경기도가 첨단모빌리티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남경순 부의장도 "모빌리티에 관한 예산을 의회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지원하며 경기도에서 자율주행이 현실화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기아 자동차 공장 오토랜드 화성에서 개최된 기공식 참석했을 당시 경기도 관계자들과 야당 인사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화성 지역 국회의원들도 참석하지 않았다. 화성 지역 3명의 국회의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기공식이 열린 지자체의 장인 정명근 화성시장 정도만 민주당 소속이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김동연 지사가 역점을 두고 있는 게 전기차 분야이기도 한데, 사전에 행사 관련 초청 등이 왔으면 경제부지사 참석 등 경기도와 협의 하에 진행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전혀 언질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관련해 야권 관계자는 "김동연 지사는 IRA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 경기도를 넘어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정부에 적극 협조하려고 하는데, 위에서는 그런 것에 호응하지 않는 것 같아 매우 아쉽다"며 "김동연 지사가 최근 정부의 노동, 산업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한 영향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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