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3선)이 선출됐다. 이른바 '친윤' 간 2파전으로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내세운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4선)의 우세가 점쳐지던 가운데여서 다소 의외라는 평이 중론이다. 당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발 '검사 공천', 영남권 총선 물갈이설에 따른 지역 의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의원은 7일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65표를 얻어 당선됐다. 상대 후보인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4선)은 44표를 얻었다. 윤 신임 원내대표 임기는 다음 총선이 열리는 내년 4월까지다.
원내대표에 당선된 윤 의원은 경찰 공무원 출신으로 2012년 새누리당에 입당해 대구 달서구을에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이후 2017년 12월~2018년 12월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는 중앙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맡았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친윤 간 대결이었던 탓에 '찻잔 속 싸움'으로 여겨졌다. 당내 선거 때마다 반복되던 '윤심' 논란도 불거지지 않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는 어느 분이 되더라도 원내를 이끌거나 당 지도부와 화합하거나 대통령실과 소통하는 데 있어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지역 배분이나 선수, 친화력 등을 볼 때 김 의원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다소 우세했다. 김기현 지도부가 영남권 중심으로 꾸려진 가운데 '수도권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외적 명분으로 힘을 받았고, 물밑에서는 장제원 의원, 이철규 사무총장 등 친윤 주류 인사들이 김 의원을 지지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윤 의원은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열세 극복 원인을 묻는 질문에 "부지런히 의원님들과 소통해왔다"며 "제가 유리했다면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의원들과) 소통했고 김 의원에게 2년의 공백이 있어서 시간의 차이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2년의 공백"은 김 의원이 2020년 총선에서 낙선했다 2022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일을 뜻한다.
윤 의원은 'TK 홀대론이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지역과는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선거 경험도 있고 협상 경험도 있어서 의원님들이 시기나 상황을 관련해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영남권 의원들의 공천 불안감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TK, PK가 물갈이 대상이라는 소문이 많은데 영남 의원들 입장에서는 윤 의원이 자기를 좀더 지켜줄 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도 실제로 원내대표 선거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 "어느 누구든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 대상이 되거나 경선도 못해보는 일을 당하면 안 된다. 단 한 분도 억울한 일 당하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했다.
윤재옥 원내지도부 숙제는…'영남당', '용산 동조화' 우려 등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에 이렇다 할 수도권 현역 의원이 없어 '영남당' 이미지가 고착될 것이라는 점은 숙제로 남았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을 보면,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 박대출 정책위의장(경남 진주갑), 강대식 최고위원(대구 동구을) 등 영남 비율이 높다. 태영호 최고위원이 유일하게 수도권(서울 강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지만, 강남은 원래 '보수 텃밭' 출신인데다 태 최고위원도 최근 '제주 4.3 사건 김일성 개입설' 등 극단적 주장을 한 이력이 있어 중도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이 많다.
'영남당' 우려에 대해 윤 의원은 "'수도권 지역'보다는 '중도층' 민심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결국 정책의 방향이나 정치 지향을 우리가 그 분들(중도층)을 생각하면서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친윤 일색 지도부에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상황실장 출신인 윤 의원이 추가됐다는 점도 향후 당의 방향과 관련해 눈여겨 볼 지점이다. 두 후보 모두 범친윤계로 평가받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보인 용산과의 밀착도는 윤 의원이 좀더 뚜렷했다.
투표 직전 열린 원내대표 선거 토론회에서는 김 의원이 "모든 게 일사불란하면 힘이 생기지 않는 게 정당이다. 호수가 되면 민심의 바다로 나아갈 수 없다"며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합리적 중도보수와 2030세대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고 한 반면, 윤 의원은 "국정 지지율이 높아야 된다. 윤석열 정부가 잘 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해 대조를 이뤘다.
향후 거시적인 당 운영과 관련해 윤 신임 원내대표는 구체적 답변은 피했다. 대야 관계에 대해 그는 "사실상 테이블에서 함께 협상하는 것 자체가 잘 안 되는 상황 같다"며 "그래서 빠른 시간 안에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지도부를 만나서 필요한 일을 의논해보겠다"고 말했다.
지지율 상승 전략에 대해서는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입체적으로 분석해보겠다"며 "여러 전문가, 바닥 민심, 우리 당의 모든 구성원과 같이 논의해 분석하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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