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김기현 대표의 국민의힘이 위기에 처했다.
지난 3일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3월27~31일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7.1%를 기록했다. 같은 업체의 전당대회 직전 조사인 2월27일~3월3일 조사에선 44.3%를 기록했지만, 2달여만에 7.2%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40.7%에서 6.4%포인트 상승한 47.1%를 기록했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다.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적극 엄호한 국민의힘은 오히려 당 지지율 하락에 봉착했다.
두 번째 큰 요인은 당 지도부의 잇단 설화다. 특히 김재원 최고위원이 '아스팔트 우파'로 유명한 전광훈 목사를 치켜세우면서 한 발언들이 문제가 됐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와 함께 한 집회에서 윤 대통령 공약이었던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정치인들은 표 되려면 조상 묘도 판다"고 발언했고, 이어 미국 방문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 천하통일을 했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어 한 방송에 출연해 "제주 4.3은 광복절, 3.1절보다 격이 낮다"고 말했고, 급기야 당대표 경고를 받고 자숙에 돌입했다.
여기에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대안'을 언급하며 '밥 한공기 다 먹기' 운동을 논의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169석의 거대 야당을 상대하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밀어붙인 법안에 대해서는 소수 여당으로 '명분' 싸움이 중요한데, 조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의힘이 남는 쌀 문제에 대해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인식을 주는 악수였다. 결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뒷받침을 당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김기현 대표는 그러나 이같은 설화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재원 최고위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지방 자치 일에 신경 쓰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홍 시장은 이에 대해 "참 어이없는 당 대표 발언"이라고 대꾸했다. 이런 메시지들은 김 대표가 '막말 논란'을 일으킨 김 최고위원을 감싸는 듯한 인상을 준게 사실이다.
작은 규모로 치러졌지만 이번 재보선 선거 결과는 '김기현 체제'의 허약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김 대표의 지역구(울산 남구을)가 있는 선거구에서는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고, 구의원 선거지만 김 대표가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섰음에도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 출범 한달도 채 안 된 당대표로서 위신이 서지 않는 일이다.
지난 3.8전당대회에서 당심 100%룰을 적용했음에도 과반을 겨우 넘긴 득표율로 당선된 김 대표 체제의 허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대표는 '윤심'이지만, '민심'은 다르다는 게 일부 증명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투표율(울산 남구의원 33.8%)이 유독 낮았다는 것은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인식되는 곳 조차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김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묻긴 어렵다. 김기현 체제 출범 직후 한일정상회담 여파로 대통령 지지율이 꺾이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지원해 당선된 김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빠지는 건 정치공학적으로 봐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황이 이러니 김 대표는 당정대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가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90도 인사'를 하는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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