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쌀 초과생산분 의무매입을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그러면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여당의 대책이 뭐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 지도층에서는 그 대책과 관련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 "더 많은 밥을 남겨서 더 많이 버리는 방식" 등의 언급이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민생119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은 5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곡관리법이 진실로 농업의 미래와 관련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과연 농업의 미래하고 관련이 있느냐"고 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이에 '중장기적인 것도 좋고 양곡관리법 같은 경우도 물론 더 좋은 안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 농민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안은 없느냐'고 여당 민생특위 차원의 대책을 묻자 조 최고위워은 이렇게 답했다.
조수진 : 쌀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우리 민생119에서 나온 것은, 제가 KBS에만 처음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고.
진행자 : 네, 말씀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조수진 : 가령 우리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지금 가슴 아픈 현실 아닙니까?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한 거예요.
진행자 :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두 공기 먹기 뭐 이런 거요?
조수진 : 네. 그러니까 여성 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나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어떤 국민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러자 조 최고위원 등 친윤계와 각을 세워온 이준석 전 대표가 나서서 조 최고위원 발언을 비판하면서 "더 많은 밥을 남겨서 더 많이 버리는 방식"을 언급해 추가 불씨를 던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쓴 글에서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이 소비량 증대에도 큰 의미는 없는 것이, 다 비우느냐 마느냐는 쌀 소비량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어차피 제육볶음에 밥 한 공기 나오면 먹든 남기든 소비는 되니까, 실효적이려면 밥 한 공기 '다 먹기'운동이 아니라 '밥 많이 퍼담기' 또는 '두 공기 먹기' 운동이 되어야 최소한 논리적"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1940년대 밥공기 크기로 가면 실질적으로 식당에서 더 많은 밥을 남겨서 더 많이 버리는 방식으로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조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발언은 진영을 건너 야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공개회의 말미에 조 최고위원의 이같은 발언을 전해 듣고 "쌀값 대책으로 밥 한 공기 다먹기? 정말입니까?"라고 주변에 되묻기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최고위원 한 분이 언론 인터뷰를 하다가 민생특위 차원에서 검토됐다면서 한 얘기가 쌀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다이어트 때문에 그렇지 않느냐고 했다"고 전해준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 대표는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기도 한데 너무 신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경박스럽다"며 "여당 지도부가 좀 신중하시기 바라고 더 진지해지시기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정의당 원내대변인인 류호정 의원은 SNS에 "만우절 지난 지 나흘 됐는데 이 분들, 개그가 아니라 진심이다. 여성들이 다이어트 하느라 밥 한 공기를 다 안 먹는데 밥은 칼로리가 낮단다. 저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며 "양곡관리는 거부하고, 밥 한 공기 다 먹잔다"고 비꼬았다.
류 의원은 "엊그제는 가뭄으로 인해 고통받는 남부지역에 '물 보내기' 캠페인을 하자고 했다. 그걸 어떻게 할 건지는 '논의 중'이라고한다"며 "논의하지 마시라. 또 뭔 헛소리가 나올지 무섭다. 다음에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밥 꼭꼭 씹어먹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전체댓글 0